최근 방송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출연한 비연예인의 과거 학창시절 논란이 일면서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출연자의 10대 시절 생활기록부까지 확인하는 분위기다.
22일 방송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출연자에 대한 검증이다.
이진민 채널A 제작본부장은 전날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인성이나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는 일과 관련해 "이런(비연예인 출연) 예능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비연예인 출연자는 업계에서 평판이 쉽게 확인되는 연에인과 달리 평판 조회가 어렵고, 과거 지인과의 몸싸움이나 법적 분쟁 등 행적을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방영 중간에 인기를 얻고 있던 출연자가 논란으로 인해 하차하는 등 방송에까지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황영웅이 과거 폭행 논란 등으로 하차했고, JTBC 아이돌 서바이벌 '피크타임'에서는 출연자 김현재가 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하차했다.
방송 전 사전 촬영을 다 마쳐 놓은 경우가 더 큰 문제다. 논란이 된 출연자의 방송분을 편집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와 OTT는 비연예인 출연자의 과거 검증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채널A는 연애 관찰 예능 '하트시그널'의 반복된 출연자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검증 단계에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이 제작본부장은 "출연자의 초·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고 특이사항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 검열도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이 과정을 동의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이런 분들만 출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연자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사가 있거나, 제작진을 속이려고 철저하게 과거 이력을 숨긴다면 아무리 검증을 거쳐도 논란 위험이 있는 출연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결국 출연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끔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1월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출연자에 대한 설문, 대면 인터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같은 전문가 면담 등까지 진행했지만, 공개 이후 출연자 3명이 학교폭력, 폭행 등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3명 가운데 1명은 작품이 공개된 이후 여자친구를 폭행해 구속된 사례였다.
예능은 아니지만 글로벌 흥행을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안길호 PD의 학창 시절 폭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받았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차주영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캐스팅 전 학교폭력 이슈에 대해 검증받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정작 작품 연출자기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오점을 남긴 것이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계속 논란이 되다 보니 제작진도 검증을 깐깐하게 하고 있다"며 "다만 출연자 동의를 받지 않고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적어 결국은 출연자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터지면 출연자 본인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생기면서 요즘은 자기 검열에 좀 더 신중해진 분위기"라며 "제작진도 검증 과정에서 출연자가 자기 검열을 할 수 있도록 애쓴다"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3-22 13:33:52
수정 2024-03-22 13:3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