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뭔가요?" 필자가 개원했을 당시에는 ADHD가 어떤 진단명인지 물어보는 부모와 보호자가 상당히 많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정신과 진단명이 되었다.
ADHD에 관심이 커진 것은 과학 기술 발달로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서방정이 개발되면서부터다. 서방정은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약물 부작용을 줄이고, 약물 순응도를 더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대뇌 영상 기술 발달로 약물 복용 후 대뇌 반응을 영상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보다 더 새로운 정신과 약물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ADHD 약물 부작용 때문에 치료가 어려웠던 경우도 다른 ADHD 치료제가 개발돼 약물 선택폭에 늘어남으로써 치료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실제로 ADHD 치료를 받는 경우는 진단받은 사람 중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신과 치료와 ADHD 약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으로 인해 정신과 문턱이 여전히 높아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거나 정신과 기록 때문에 취직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약물 요법을 시행하다 낭패를 보거나 이 방법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때는 이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정신과 의사조차 손쓰기 힘들 때가 많다.
ADHD 진단과 치료는 정신과 의사가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또한 치료에 대한 예후도 정신과 전문의가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의료 기관을 이용하면 의료법에 따라 기록이 보관되며 의료법 및 개인 정보 보호법에 따라 엄격하게 보호받는다. 당사자 외의 누군가가 쉽게 열람할 거라는 이야기는 ‘카더라’에 의한 소문이다.
ADHD 치료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ADHD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조기 치료 및 장기간의 약물치료다. 지금까지 발표된 ADHD 치료와 관련된 논문들을 통해 비약물 치료 단독 효과는 약물치료 효과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런데 약물 치료를 경험한 보호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이가 약물 복용 시 그때만 효과를 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ADHD 약물은 증상을 일시적으로만 억제한다고 말한다. ADHD 치료 약물을 증상만 경감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약물을 복용하는 ADHD 아동 부모의 이런 의견들은 맞다.
정신과 치료 원칙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경감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현상들을 재조명하도록 하는데 있다. 정신과는 내과나 소아과처럼 질환에 대한 신체 병리적 변화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이 아니다. 환자가 속한 지역 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이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는 ADHD를 단지 증상 경감하는 관점에서 치료하지 않으며 환자가 사회에 보다 더 잘 적응하도록 정신과적인 상담을 하면서 치료한다.
질환이 있을 경우 내과나 소아과는 몸 관리를 위해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쉬지만 정신과는 사회생활을 지속하면서 치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ADHD 아동의 약물 치료 효과는 약물 복용 후 나타나는 증상 경감만이 아니라 사회 생활에서 겪는 새로운 경험이다. 이런 경험들은 가시적이지 않으므로 정신과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약물 복용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느낌을 받으며 이는 당연한 생각이다.
ADHD 아동은 약물 복용 후 전과 다른 경험들, 예를 들면 원만한 교우관계, 학업 성취를 겪으며 나아진다. 약물 복용 후 이뤄지는 비약물 치료는 이런 경험들을 극대화한다.
김태훈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
서울시 강북구 의사회 보험이사
대한 소아정신의학회 정회원
現 사랑샘터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