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수험표 가져다주는 가족 / 연합뉴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마다 경찰이 수험생을 태워주고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인 만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라는 의견도 있지만, 직무집행 범위를 벗어났다는 반론도 나오는 것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능 당일 경찰은 전국에서 수험생을 154차례 경찰차로 수험장까지 데려다줬고, 집에 두고 온 수험표도 9차례 찾아주는 등 187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현직 경찰관들은 "수험생 호송이 이제 경찰 전통 업무냐", "긴급신고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불만을 표현했다. 또 "우리가 콜택시냐", "돈도, 가오(폼)도, 자존심도 없다" 등 자조 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물론 반대 의견도 나온다. 일부 다른 경찰관들은 "수험생 수송한다고 도둑을 안 잡는 것은 아니지 않나", "오래 고생하는 일도 아니고 아침 잠깐인데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등의 반론을 제기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나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등이다. 경찰은 수능 날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기동대, 지역 경찰, 모범운전자 등 1만1천343명을 투입했다.
전문가는 경찰의 수험생 수송 업무가 단순 미담이나 일회성 이벤트 차원이 아닌, 공론장에서 다뤄봐야 할 문제라고 제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만한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경찰관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유형의 일은 아니다"라며 경찰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
또 '주민 편의'라는 서비스 측면에서는 일부 타당성도 있기는 하지만, 경찰과 시민이 함께 공감할 업무 범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