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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큰 비용을 투입하는 등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유럽은 출산시 부모들에게 15만 달러(약 2억원) 상당의 저리대출과 승합차 구매 보조금, 소득세 평생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육 비용을 대폭 낮추고 휴가 기간을 늘려주거나 난임부부를 위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무료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유엔 통계에 따르면 유럽 인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2050년께에 지금보다 4천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기준 유럽연합(EU) 총인구가 4억4천92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불과 20여년 뒤에는 인구가 10% 넘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WSJ는 "유럽과 한국, 싱가포르처럼 인구학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부모에게 후한 혜택을 줌으로써 이런 흐름을 밀어내려 했다"며 "그러나 거의 모든 연령대와 소득, 교육 수준에서 출산율 저하가 지속됐다"고 짚었다.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국가는 헝가리와 노르웨이다.
헝가리는 계속된 인구 감소세로 국가소멸을 우려해 2000년대부터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현재는 무려 국내 총생산(GDP)의 5%가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21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6명까지 올랐지만, 이후 2년 연속 하락해 2023년 1.5명으로 줄었다.
노르웨이도 GDP의 3% 이상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감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생아 부모에게 거의 1년 가까운 유급휴가를 나눠 쓸 수 있도록 하고, 여성만 양육부담을 지지 않도록 남편에게도 15주 육아휴직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등 오랜 기간 대책을 시행해왔지만 합계출산율은 1.4명에 그쳤다.
저출산 현상은 196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심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이를 해결하는 것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를 '가족의 해'로 정하고 출산 장려에 나섰고, 미국도 내달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출산시 6천 달러(약 815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주는 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부모들이 아이 갖기를 꺼리는 것은 재정적 이유보다 근본적인 문화가 바뀐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여건이 마련돼도 출산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적자 낸시 뤼스타드 헤르스는 WSJ는 인터뷰를 통해 "예전엔 스스로에게 '난 너무 어리다', '학사 학위를 마쳐야 한다',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기혼자이자 차와 주택, 유연한 직장이 있는 28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는 변명거리가 없어졌고, 이제는 (출산을 막는) 실질적 장벽이 없지만 난 내가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