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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례 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기후변화가 정신 건강까지 크게 저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 9월 10일까지 발생한 폭염으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천505명이며, 이 중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역대급 무더위로 기록된 2018년 4천52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온열질환 등 육체적 건강은 물론 공격성 증가 등 정신질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이런 기온 상승이 정신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8일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 연구팀이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지역사회건강조사(2021년)에 참여한 21만9천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온 상승과 우울증 위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기온(1961~1990년)보다 얼마나 높은지 조사하고, 이 차이가 각 응답자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 호소 응답률도 13%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높아진 특정 지역 기온이 주민들의 우울 증상을 심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폭염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구, 대전, 부산, 광주)에서 발생한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게재한 논문(2018년)에 따르면, 고온 노출이 정신건강 악화로 인한 입원을 늘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11년 동안 같은 기간 일어난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천579건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그 결과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9.1%로 나타나 젊은 층에 비해 고온에 더 취약함을 보여줬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고,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였다.
연구팀은 신체가 고온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 등이 발생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봤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상혁 교수는 "평소에 적응된 기온보다 더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불편감, 수면장애, 일상생활의 저하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많은 건강 영향 중 정신과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9-18 09:03:14
수정 2024-09-18 09: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