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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왕복 출퇴근을 하는 임산부를 위해 승객들의 좌석 양보를 부탁한 버스 기사의 이야기가 알려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경험을 알리는 '버스 기사님께 사례, 오지랖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을 올린 A씨는 지난해 12월 쌍둥이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임신한 상태로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광역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출퇴근했다고 한다.
A씨는 "임신 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내가 임신부) 배지를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차라리 앉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뒀고 일반석이어도 양보해 주곤 했다"며 “그렇다고 다른 분들께 자리 양보를 바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임신하니 임산부 배려석을 양보받기 쉽지 않았다고. 그는 "배가 나오기 전은 물론이고, 16주 이전부터 배가 빨리 나오기 시작했지만, 말랐던 몸 때문인지 일반 승객들에게서 양보는 한 번도 못 받았다"고 했다.
이어 "광역버스 맨 앞줄 2~4자리는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돼 있는데 광역버스는 다들 맨 앞자리를 선호해서 (임산부 배려석에) 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A씨가 버스에 탈 때마다 앞자리 하나가 매번 비어있어서 의아하게 여겼다고 한다.
A씨는 "알고 보니 기사님이 승객들에게 '앞쪽에 앉아 계신 분, 죄송하지만 여기 임산부 탈 거라 자리 좀 옮겨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양해를 구하셨다"며 "줄에서 좀 뒤쪽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버스 정차하면서 쓱 훑으시며 저를 먼저 찾으신 다음, 저를 보면 앞쪽 승객분께 (자리 양보를) 말씀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A씨가 임산부라는 것을 아는 버스 기사는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A씨가 기다리고 있는지 미리 확인한 것이다.
A씨는 "휴직에 들어가기 전에 버스 기사님에게 편지와 사례를 하려고 했으나, 배가 갑자기 많이 불러오면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며 "근무하자마자 일주일도 되지 않아 조산해 감사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둥이 육아에 치이고 보니 벌써 반년이 흘렀는데, 버스 회사 통해서라도 기사님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크진 않아도 작게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게 오지랖인가요? 임신 기간 중 유일하게 배려받은 경험이라 저에겐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누리꾼들은 "기사님이 너무 멋있다", "감사 인사를 전하면 버스 기사님께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기사님도 아기들 소식 궁금해할 거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