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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치원 교사가 담당 아이의 진드기 물린 자국을 신경 쓰지 않았다며 학대로 신고하겠다고 말한 학부모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벌레 물림으로 학부모가 저를 학대로 신고하겠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조회수 9만5000회를 넘기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글쓴이인 A씨는 자신을 20대 유치원 교사라고 밝히며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면역력이 약한 애들을 돌보느라 제 몸이 힘들어도 힘내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며 원생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A씨는 "그런데 어느 날 a라는 아이가 얼굴에 아주 작은 진드기 물린 자국이 생긴 채 등원했다"며 "등·하원 시 아이의 얼굴을 필수적으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살짝 빨간 자국을 확인했고, 딱지가 앉을락 말락 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여나 아이가 손으로 그 부위를 만질까 봐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손을 씻겼다"고 설명했다. 또 등원 시 a의 어머니는 아이 얼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30평도 안 되는 크기의 교실에서 6세반 28명을 담당하고 있다. 저와 부담임 선생님이 함께 돌본다"며 "교사 두 명이 아이 3명 보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 대부분은 10번 말해야 한 번 알아듣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 하원할 때가 되어 a의 어머니께서 아이를 데리러 오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고 사건을 설명했다.
A씨는 "저와 a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교실을 나가면서 아이가 얼굴에 벌레 물린 자국이 거슬렸는지 손으로 그 부분을 만졌다. 하원 시 아이의 얼굴을 점검했고, 저는 어머님을 웃으며 마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곧 A씨를 보는 a 어머니의 눈빛이 아이를 향했고, 그는 정색하며 "우리 애, 진드기 물린 자국 신경 안 쓰셨어요?"라며 A씨를 지적했다고 한다.
A씨는 "저는 학부모님께 '등원 시 살짝 빨간 자국을 확인했고 딱지가 앉을락 말락 하는 걸 봤다. 아이가 손으로 만질까 봐 주기적으로 손을 씻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부모는 '지금 이 순간은 확인 안 하고 있잖아요. 교사 맞아요? 당장 원장 불러오세요'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a의 어머니는 이후 유치원 원장에게 "이 사람 교사 박탈시켜야 한다. CCTV 확인해라. 우리 애 신경 안 쓴 것 같은데, 신경 안 쓴 모습 보이면 학대로 신고할 거다"라고 강경하게 나왔다고 한다.
A씨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고 사회초년생이라 그 자리에서 머리가 하얘지고 울 것 같았는데 꾹 참았다"며 "원장님이 사과했고, 저도 죄송하다 말하며 이야기를 해보려 했지만 (어머니는) 듣기 싫다고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또 "원장님과 원감님 덕에 상황은 넘겼지만 결국 그 어머님은 저 때문에 이 유치원을 그만둔다고 말했고, 원장님, 동료교사 등 이때 정적이 흐르고 싸해졌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원장님, 원감님은 제가 평소에 성실하게 잘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며, 동료 교사들과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다"고 전했다.
끝으로 A씨는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라며 "멘탈도 강한 편인데, 도무지 제가 들은 모욕은 잊히지 않는다"며 누리꾼의 조언을 부탁했다.
해당 글에는 '저도 모기물림으로 전화로 욕 들어봤다. 벌레 물림으로 신고 안 된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시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 겪었을 때 교사 못 지키는 원장은 무능력한 거다', '상상치 못한 분들이 많더라. 수족구병 수포를 교사 부주의에 의한 화상 수포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등 전·현직 교사로 추정되는 이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