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 사진 = 연합뉴스
초여름이면 시작되는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의 도심 습격은 올해 유난히 일찍 시작됐다.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서울에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고,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하는 러브버그도 급증했다.
러브버그는 암수 한 쌍이 꼬리를 맞대고 붙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다행히 자연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시시때때로 출몰하면서 불편과 혐오감을 주고 있다.
환경부와 전문가들 러브버그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면 오히려 대발생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브버그가 오지 않도록 하려면 야간에는 불빛을 줄이고, 이미 실내로 들어온 러브버그는 살충제 대신 빗자루 등을 사용해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 낫다.
러브버그의 개체 수는 왜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24일 환경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도심과 공원, 주거지 근처까지 러브버그 떼가 발견된다. 정확한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인데, 이 벌레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유충일 땐 흙바닥에서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되면 수분을 옮기는 역할도 한다.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1년에 한 차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출몰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독 많은 개체가 출몰해 민원이 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개체수 증가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부, 대만 등 아열대 기후에서 서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자 기온이 더 높은 지역에 살던 곤충이 서식지를 우리나라로 확대한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22년 12월 미국 곤충학회 학술지 '종합적 유해 생물 관리'에 실린 논문에서 앞으로 50년 내 동북아시아와 일본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가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서울이 러브버그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가 됐다"면서 "이는 북위 33도보다 남쪽 아열대에 살던 러브버그가 온대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대벌레의 부화율이 높아지는데, 온난화는 이처럼 러브버그 외에 여러 생물의 대발생을 유도할 수 있다. 5~6월, 8~9월 하천 부근에서 대발생하는 '동양하루살이'(팅커벨)도 비슷한 사례다.
올해 시작된 이른 폭염은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더욱 부추겼다. 이달 1~20일 폭염일수는 2.4 일로, 이미 6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한 달 폭염일수인 0.6일의 4배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곤충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며 "기존 실험 결과를 보면 (고온다습한 기후는) 개체수가 늘어나거나 크기가 커쳐 대발생에 좋은 환경이 된다"고 소개했다.
러브버그는 떼를 지어 출몰하고 사람에게도 날아들기 때문에 여름철마다 민원이 증가한다. 서울 양평구는 이를 해결하고자 최근 고압 살수차 등 방역 차량 15대, 초미립자 살포기, 충전식·압축식 분무기 등을 이용해 러브버그 방역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도 올해 여름부터 도심 열섬효과를 방지하고 러브버그 퇴치에도 효과가 있는 살수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식의 방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살충제를 뿌리면 천적까지 제거하므로 오히려 대발생에 최적화된 조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깃이 아닌 생물이 살충제에 내성을 보가지거나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받을 위험도 있다. 농약이 식물에 침투할 수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대발생 생물 대응 워크숍에서 신승관 서울대 교수는 "방제를 무분별하게 진행하면 제2의 러브버그가 나올 수 있다"라며 "방제가 생태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나타나면 야간에는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고 불빛 근처에 끈끈이 패드 등을 설치하라고 당부했다. 또 러브버그가 실내로 들어온 경우 살충제를 분사하기 보다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고, 밝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출할 때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몸에 러브버그가 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