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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어도 혼인 무효 판결…어떤 상황에서?
입력 2024-05-23 18:23:52 수정 2024-05-23 18: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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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상태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혼인을 무효화 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청구 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신분 관계인 혼인을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며 "그에 관해 일일이 효력의 확인을 구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것보다 과거의 법률관계인 혼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편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 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혼인 무효)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다면 혼인무효 사유의 존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방법을 미리 막아버림으로써 국민이 온전히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A씨도 항소심에서 '미혼모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혼인을 무효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지난 2001년 B씨와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했는데, 혼인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러나 1984년 나온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은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미 혼인 관계가 해소됐으므로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판례는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혼인 무효)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됐다"며 "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권리구제 방법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5-23 18:23:52 수정 2024-05-23 18:23:52

#혼인무효 사유 , #혼인 무효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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