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인체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지만, 물 섭취량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사실보다 속설이 많아 혼란스럽다.

특히 물과 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속설이 유명하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 '물은 열량이 없어 체중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체중 증가를 예방하거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신체 활동을 늘리면서 물은 많이 마시는 게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흔히 '물은 하루에 최소 8잔, '매일 약 1.8~2L 마셔야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확립된 사실이 아니다.

문헌상으로는 건강을 위한 최적의 물 섭취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물 섭취와 체중 증가 사이의 연관성도 확실치 않다.

특히 1945년 미국 식품영양위원회에서 처음 제안한 '하루 2L' 물 섭취 권장량은, 1일간 모든 음식과 음료에서 얻을 수 있는 물까지 포함한 수치다. 하지만 이것이 매일 8잔의 물을 마셔야 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최근에는 하루 1L 이상 물을 마시는 사람은 1L 이하의 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체질량지수 및 허리둘레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을 과하게 마시면 오히려 비만 예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 식품영양학과 금나나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성인 172명(남자 75명, 여자 97명)을 대상으로 평소 물 섭취량에 대해 설문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하루 동안의 물 섭취량과 물 온도, 물 섭취 시간대 등이 체질량지수(BMI, ㎏/㎡)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하루 1L를 초과해 물을 마시는 사람은 1L 이하의 물을 마시는 사람보다 비만도를 가늠하는 체질량지수가 0.90㎏/㎡ 높았고 허리둘레는 3.01㎝ 더 두꺼웠다.

이런 경향은 평소 차가운 물을 많이 섭취하거나 유전자 분석에서 비만 위험도가 낮은 경우에 더욱 두드러졌다.

보통 찬 물을 마시면 신체가 체온 유지를 위해 물을 데우기 때문에 열량을 소모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체중 감량 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데 있어 찬물 섭취의 효과는 체중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냉수 섭취에 따른 근육과 혈관의 수축이 소화 및 혈류의 제한, 면역력 약화 등의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팀은 비만도가 높은 사람들이 체중 조절을 목표로 차가운 물을 많이 마시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루에 물은 어느 정도 섭취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체중과 나이가 다른 만큼 하루에 몇 잔을 마셔야 한다는 권고를 무조건 무리해서 따르기보다는, 본인의 몸 상태에 맞게 물 섭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영양학회는 2020년 진행한 연구에서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의 하루 적정 물 섭취량으로 남성은 900mL 이상, 여성은 600∼800mL를 제안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손다혜 교수는 '일상 속 물 섭취 생활 수칙'을 전했다.

▲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마시기 ▲ 목이 마르지 않아도 하루에 4∼5잔은 마시기 ▲ 음료수 대신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수분 섭취하기 ▲ 운동하거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매시간 물 섭취 하기 등이다.

손 교수는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 섭취량은 하루 2.5L 정도이지만,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과일, 채소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이 1L 이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물을 적게 마시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만큼 평소 식습관을 고려해 1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