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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인 30대 친모가 현재 여섯째 자녀를 임신중인 사실을 밝히며 '남편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 심리로 전날 고모(35)씨의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고씨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법정에 선 남편 A씨에게 “피고인이 현재 임신 15주라는데 이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고, A씨는 “접견해서 들었다”고 답했다.
임신 차수를 고려할 때 고씨는 범행이 발각되기 전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변호인은 고씨가 6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것에 대해 남편 A씨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세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뒤 산부인과에서도 말리는 방법으로 피해 영아들을 출산했는데,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싫고 동의가 없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면서 “남편이란 사람이 왜 무책임하게 피임도 신경 쓰지 않았을까 화가 난다”고 했다.
A씨는 “제가 똑바로 행동했다면 아내가 그렇게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가해를 지속해 범행했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앞서 A씨는 영아살해방조 혐의가 적용돼 피의자로 전환됐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불송치됐다.
고씨 변호인은 고씨가 산후우울증으로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씨가 남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들며 범행 당시 피고인의 심리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A씨에게 “(범행 당일) 피고인과 대화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못 느꼈냐”고 물었고, A씨는 “직접 대화를 한 게 아니어서 잘 몰랐다”고 답했다.
고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구다 세 자녀 이야기가 나올 땐 눈물을 흘렸다. 남편 A씨 또한 진술 중 때때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증언 도중 “제가 무능해서”라는 말을 수 차례 했다.
고씨는 2018년 11월 넷째 딸, 2019년 11월 막내 아들을 각각 병원에서 출산하고 기초 예방접종까지 마쳤지만 집에 데려오자마자 살해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남편과의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둔 고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 또다시 임신하게 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죄 대신 ‘영아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아살해죄는 분만 직후라는 시간적 간격이 아닌 산모의 심리 상태에 따라 파악돼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250조에 따르면,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또한 고씨 변호인은 장소 이전 없이 영아 사체를 집 안 냉장고에 보관한 행위는 '사체은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친부에 대한 재수사를 벌인 경찰은 12일 또다시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임신 사실을 알고, 살인을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