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타인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콩깍지'를 유발하진 않지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다가갈 '용기'를 주는 것은 맞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술김에 용기 낸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술 때문에 콩깍지 씌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예방연구센터 몰리 보드링 박사팀은 31일 국제학술지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에서 알코올이 이성의 매력에 대한 20대 남성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이 더 멋져 보인다는 통념이 있고 술에 취해 눈에 콩깍지 씐다는 '비어 고글'(beer goggles)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런 현상이 체계적으로 연구된 적은 없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연구에는 21~27세 남성 친구 18쌍(36명)이 참가했다. 실험은 한 쌍씩 실험실에서 첫 세션에서 한 명은 술을, 한 명은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고, 다음 세션에서는 술과 음료를 바꿔 마신 다음 사진과 동영상 속 이성의 매력을 평가(PPA : perceptions of physical attractiveness)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알코올 세션에서는 보드카를 혈중알코올농도 0.08%(미국 음주운전 기준)가 되게 마시고 무알코올 세션에서는 크랜베리 주스를 마신 뒤 영상 속 이성들의 매력을 평가하고 다음 실험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4명씩 선택했다.
연구팀은 술과 음료를 마시기 전 참가자들에게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은 다른 실험의 참가자들이며 다음 실험에서 이들과 실제로 만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실제 만나 가능성은 PPA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술에 취했는지 여부가 다른 사람을 매력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술에 취했을 때 대상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콩깍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주는 실험 참가자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성과 실제로 만나고 싶어 하는 정도에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이 향후 연구에서 만나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 4명을 선택할 가능성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보다 술을 마신 후 1.7배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알코올이 상대의 매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용기를 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원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보드링 박사는 "이 결과는 알코올 관련 환자와 의료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알코올과 PPA 관계를 더 명확히 밝히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매력적인 대상에 대한 실제 접근 행동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