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치료를 위해 항우울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울증은 기분이 상승한 상태인 조증,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인 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공식 명칭은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다.
현재 조울증의 치료 지침은 항우울제 사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의대 정신의학과장 라크슈미 야탐 박사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1년 내내 투여해도 2개월 후 끊는 것보다 조증 발생률이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신세대 항우울제 투여 후 울증에서 이제 막 벗어난 조울증 환자 1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항우울제는 조울증 환자가 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대가로 조증을 유발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 임상시험을 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A)엔 52주 동안 항우울제를 계속 투여하고 다른 그룹(B)은 6주 후부터 항우울제 복용을 점점 줄이게 하다가 8주가 되면서 위약(placebo)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52주간 관찰한 결과 A그룹은 31%, B그룹은 46%가 조증이 재발했다.
이 차이는 통계학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치(threshold)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항우울제 아니면 위약을 투여한 특별한 기간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을 때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차이가 나타났다.
A그룹은 27%, B그룹은 45%가 조증이 재발했다.
이는 통계학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차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울증 발생률도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됐다. A그룹은 17%, B그룹은 40%였다.
전문가들은 항우울제가 조울증 환자의 울증과 조증의 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선별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신세대 항우울제를 조증을 억제하는 기분 조절제(리튬, 발프로산)와 병행 투여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조울증의 경우, 의사들은 조증보다 울증을 더 걱정한다. 울증을 겪을 때는 조증을 겪을 때보다 자살 시도와 사망 위험이 18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 지침은 항우울제 사용을 권고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조울증 환자의 5명 중 3명에게 항우울제가 처방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실렸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