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아파트가 늘어선 도시 한가운데에 뱀이 출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개가 풀숲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뱀에 물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단지 곳곳에 백반을 뿌려두는 등 대대적인 뱀 소탕 작전을 시작했다.
뱀 출몰 신고는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12일에는 전남 여수 한 주택가에서 길이 2m 정도의 구렁이가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줬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 강릉 도심에서 길이 1.4m의 뱀이 나타나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소방이 주차된 차량 보닛에 숨은 뱀을 30여분 만에 가까스로 포획, 인근 야산에 풀어줬다.
이처럼 여름철 아파트 단지 안까지 뱀이 출몰하는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덥기 때문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겨울에 동면(冬眠)에 들거나 여름에 하면(夏眠)하는 습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이기 때문.
한반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대륙유혈목이와 능구렁이, 실뱀, 누룩뱀, 살모사 등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뱀 대부분이 포획 금지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최근 도심에서 자주 목격되는 유혈목이는 과거 독이 없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유혈목이 목에 독이 든 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살모사의 경우 독이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뱀을 만나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소방에 신고하는 것이 일단 최상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연구관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월 한달 전국 119 안전센터에서 뱀이 나왔다는 신고로 출동한 건수는 총 6천235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873건에서 2019년 1천77건, 2020년 1천554건, 2021년 1천583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7월엔 1천148건으로 줄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