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반면, 유자녀 가정에서 맞벌이 부부 비율은 가장 낮고 여성의 임금 수준도 낮다는 조사자료가 나왔다. 한국은 시간 만족도와 여가시간 모든 측면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으며, 이 중에서도 가장 최하위에 위치했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 연구논문에 따르면, OECD 31개국의 2021년 기준연간 근로시간 평균은 1601시간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한국으로 1915시간에 달했고, 그리스(1872시간)와 폴란드(1830시간)가 뒤를 이었다. 근로시간이 가장 낮은 독일(1349시간)에 비하면 한국의 근로시간은 연간 50%가량 더 많았다.
주당 근무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 역시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OECD 평균은 7.4% 수준이었는데 한국은 18.9%로 매우 높아 리투아니아(0.8%), 라트비아(1.6%)와 극명한 대비를 나타냈다.
유자녀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평균 73.6%로 나타났는데, 스웨덴이 87.2%로 최상위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57.0%로 이탈리아(56.7%)에 이어 가장 낮았다. 남녀 성별 임금격차는 평균 11.5%p 차이를 기록했는데 한국은 2위 에스토니아(19.6%p)보다도 10%p 이상 웃도는 31.1%p의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낮은 국가인 룩셈부르크(3.4%p)와는 10배가량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이처럼 OECD 국가 중 통계 확인이 가능한 31개국의 시간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시간(근로시간, 고용률과 맞벌이 수준, 소득, 보육환경)과 가족시간(휴가기간, 휴가사용률, 휴가의 소득대체율,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등 2가지 영역, 26개 지표를 통해 수치화했다.
한국은 1점 만점 중 노동시간 영역에서는 0.11점으로 28위를, 가족시간 보장 영역에서는 0.37점으로 20위를 기록하며 모두 최하위권인 4유형에 속했다.
연구진은 "한국은 가족 시간과 노동시간 보장 수준이 모두 낮아서 일-생활 균형시간을 보장하는 정도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보고될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 독보적으로 출산율이 낮고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하고도 새로운 가족정책이 도입되거나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가족정책의 예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생활 균형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 사회가 더욱 확대하거나 개선해야 할 영역이 가족 정책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일-생활 균형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차원에서 시간 보장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면서 "고용노동부에서는 시간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연 근로시간제도의 확장,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연근로제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에 앞서 근본적으로 짧은 근로시간을 전제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는 사회, 저임금 위험이 낮은 노동시장 환경의 조성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