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간부가 4만원짜리 군수품을 집에 가져가 1주일가량 쓴 뒤 부대에 반환했지만 이를 횡령이라고 판단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육군 A 중령이 B 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육군 부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한 A 중령은 2021년 5월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전해수기를 집으로 가져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전해수기는 수돗물에 소금을 타 2~3분간 전기 자극을 가해 차아염소산수를 만드는 기계다. 이 물을 분무기에 담아 옷이나 가구에 분사하면 멸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집에서도 살균수를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A 중령이 집에 가져간 전해수기는 4만6천900원짜리 부대 물품이었다.
그는 1주일가량 전해수기를 집에서 쓰고 부대로 다시 가져왔지만, 같은 해 11월 군수품 횡령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A 중령의 징계 사유에는 부대 운영비를 사용하면서 회계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내용도 포함됐다.
A 중령은 징계에 불복해 항고했고, 군단 사령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그는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5월 민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중령은 소송에서 "전해수기가 어떤 기계인지 가족에게 시범을 보이려고 집에 가져갔고, 이후 깜빡하고 있다가 부대 진단 때 다시 떠올라 가져다 놓았다"며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중령이 군수품을 집에 가져가 쓴 행위는 횡령에 해당하고 징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중령은 군수품을 집으로 가져간 뒤 실제로 사용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결국 인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대 진단 때 전해수기가 없어진 사실이 지적되자 비로소 반환했다"며 "지적이 없었다면 반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A 중령의 비위는 군부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할 수 있는 행위"라며 "군 내부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크기 때문에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선택한 B 사단장의 재량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6-02 10:01:25
수정 2024-06-02 1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