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와 여당이 교원 수 감축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이달 중 이같은 내용을 담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교원단체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교원 정원 문제를 '경제 논리'로만 보고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교육 현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을 적정 규모로 조정할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을 조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당정이 학령 인구 감소를 주요 배경으로 밝혔다는 점을 고려해 교육계에서는 교원 수를 줄이고 신규 채용 규모도 축소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밝히기로 한 가운데 교원을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그간 학생 일대일 맞춤형 교육, 고교학점제 실현 등을 위해 교사의 역량이 높아지고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교원 채용 감축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이미 예고된 것은 사실이다. 이전부터 교원 수급의 주요 근거로 학령 인구를 주요 지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할 때도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해 공립 초·중·고교 교과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초등교원의 경우 2030학년도까지 2018년 대비 14∼24% 적은 연간 3천100∼3천500명을 뽑겠다고 했고, 중등교원 역시 같은 기간 33∼42% 급감한 2천600∼3천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저출산 지표가 더욱 악화하면서 '출산율 쇼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학령 인구 감소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2018년 대책을 마련할 때 정부는 그해 4월 통계청 추계를 활용했다. 당시 추계로는 2030년 초등학생 수가 226만명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9년 3월 통계청의 특별 추계 결과 초등학생 수 추계치는 172만명으로 23.9% 급감했다.
학령 인구 감소 상황을 반영해 정부는 2년 만인 2020년 한 차례 초등학교 교원 위주로 교원수급계획을 변경했다.
2021∼2024학년도 공립 초등학교 신규 채용 규모를 2018년 발표 당시보다 연 100∼900명 더 줄여 연간 3천∼3천880명 뽑겠다는 것이 정부의 수정안이었다.
상황은 2020년보다 한층 나빠졌다.
2021년 12월 통계청의 인구 추계 기준으로, 2030년 초등학생 수는 159만2천명이다.
2020년 교원수급계획을 수정할 때 근거가 된 통계청 추계(2019년 3월 기준)보다 12만8천명(7.4%), 2018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때와 견주면 66만8천명(29.6%)이나 감소한 것이다.
학령 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이에 따라 교원 신규 채용 규모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예비 교원 양성 과정인 교대·사대 정원 감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당정 협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교원양성기관의 정원도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이달 안으로, 즉 다음주 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교원단체들은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원을 줄인다는 논리는 근시안적인 경제 논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미래 교육을 위해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의 관심·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 정부가 강조하는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활성화, 고교학점제 등을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무시하고 교원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미래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만 양산하지 말고 미래 비전에 입각해 정규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출생아 수 감소에 따라서 교사를 줄여야 한다고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곳에 인력을 집중하는데 국가적으로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집중적으로 (교원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렇게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는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을 길러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3-04-17 17:46:34
수정 2023-04-17 17:4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