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대신 감염 추정 장소와 방문 시간을 공개하도록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를 질병관리청이 사실상 거절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에게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방역 목적 달성이 양립 가능할 수 있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질병관리청은 인권위가 제안한 대부분의 권고를 거절한 가운데 감염병 환자가 구체적 인물로 특정되지 않도록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를 '감염발생 추정 장소와 그 장소를 방문한 시간'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권고에 대해서도 거절 의사를 밝혔다.
또한 예방조치가 '필요한 경우 기한을 정하여' 실시하도록 하라는 권고에는 "감염병의 전파력, 화산 정도의 예측은 불가능해 예방조치의 기한을 정하도록 법에 명시하는 것은 탄력적 정책이 필요한 경우 부적합하다"고 거절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 질환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역학적 인과관계를 추정해 피해를 보상하라는 권고에는 "보상범위에 대한 제도적 혼선 발생이 우려되고, 국회에서 특별법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격리조치 위반과 위력을 통한 역학조사 방해를 제외한 방역 조치 위반 행위에 대해 벌칙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권고에는 "역학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형벌은 법률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복지부에 '감염취약층'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재정의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복지부는 "범위 확대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다른 개별법에 따른 지원사업이 수행되고 있어 이를 감염병예방법에 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인권위는 "복지부와 질병청이 인권위 권고 내용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아 아쉽다"며 "두 기관은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방역 목적을 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