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의 옷깃을 잡아당긴 남자 초등학생에게 고함을 친 엄마에 대해 1심은 '학대 행위'로 보고 벌금형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는 '피해 아동 부모로서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법 형사1부(성금석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여)에게 1심의 벌금 50만원을 파기하고 선고 유예를 내렸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를 면하는 제도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 9일 부산 연제구 한 태권도장에서 관장에게 찾아가 B군(10)의 사과를 받아야 하니 데려오라고 한 다음, B군에게 고함을 치며 삿대질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3학년이나 많은 B군이 태권도장 차량에서 자신의 딸 C양(7)의 옷깃을 잡아당긴 사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A씨는 B군에게 "너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애 멱살을 왜 잡았냐"며 "관장님처럼 큰 사람이 네 멱살을 잡으면 겁이 안 나겠나"라고 말했다.
A씨는 재판에서 훈육 차원의 행위였다며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 10세에 불과하지만, 피해자의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삿대질을 당해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이 사과했음에도 고함을 치며 삿대질 한 점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봤지만 A씨가 고의로 B군에게 고함을 지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성년 자녀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자녀가 B군으로부터 옷깃을 잡아당기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B군에 대한 피해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3-04-11 17:28:28
수정 2023-04-11 17:2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