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변동으로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식재료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고물가 추세에 주부들 사이에선 이제'10만원'으로 장보는 건 어림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42)씨는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말을 맞아 외식 대신 가족들과 집에서 요리 해먹을 식재료를 샀을 뿐인데 10만원 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 10만원 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나 싶어 영수증을 살펴 봤더니 산거라곤 국거리 고기, 된장, 고추장, 두부, 청양고추, 양배추, 과자, 우유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한씨는 "된장찌개 하나 끓여먹으려고 산 재료 값이 2만원이다. 이럴거면 집보단 밖에서 국밥을 먹는게 더 저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가 다시 들여다본 영수증에 찍힌 가격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청양고추'였다.
지난 1년간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가에서 재배에 사용하는 난방비도 오르면서 채소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특히 최근들어 청양고추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마트에서 청양고추를 샀는데 5개에 4990원이었다"며 "장보기가 무섭다. 외식 비용을 아끼려는 건데, 이 수준이면 외식도 집밥도 돈 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청양고추가 금고추가 된 이유는 급격히 줄어든 수확량 때문이다. 올 겨울 한파와 부족한 일조량 등이 원인이 되어 많은 농가들이 고추 농사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비 상승으로 생산 단가가 오른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특히 겨울 채소는 난방 장치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데, 전기·가스요금이 오르면서 생산비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뛴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기간이 길다는 특징을 지닌 채소는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청양고추를 활용하는 식품 전반에 가격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청양고추 수요가 많은데 값은 뛰고 공급이 줄어 불안정성이 크다”며 “대체제를 찾으려 해도 품질에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매운 맛 제품이나 음식 가격까지 덩달아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