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출산지원금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인구감소지역은 그 효과가 다른 지역에 비해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현금성 지원은 효과가 저조할 뿐더러 지역에 재정적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출산지원금이 지역 출산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간적 변이 탐색'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1인당 출산지원금 수혜금액과 조출생률은 정(+)의 관계였지만, 지역별 차이는 3~4배까지 벌어졌다.
논문은 각 지역의 1인당 출산지원금을 2020년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인 조출생률(CBR), 한 여성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TFR)을 각각 비교해 출산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조출생률의 경우 경기 북부와 서울, 호남 해안 및 내륙 일부 지역에서 1인당 출산
지원금 수혜금액이 높을수록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강원, 충청, 경남 해안 및 내륙 일부 지역의 경우 수혜금액과 조출생률간의 연관성이 낮았다.
구체적으로는 경기 북부 등에서 최대 0.248인 추정계수는 강원 등에서는 -0.063으로 부(-)의 값을 보이기도 했다.
출산지원금과 합계출산율과의 관계도 약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고 지역별로 -0.057에서 0.368로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논문은 다만 각 지자체별 추정계수의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저자인 장인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중범위 지리가중회귀모형(MGWR)을 적용한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대체로 1인당 출산지원금 수혜금액과 지역 출산력 간 정적 연관성의 정도가 다소 낮은 지역에 지역 인구 감소가 상대적으로 심화되는 지역이 두루 포함돼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산지원금 효과성이 높지 않은 지역의 출산지원금 금액이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은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현금성 지원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 우려가 있다"며 "특별교부금 등의 형태로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출산지원금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성이 낮다 하더라도 지역민 반발이나 인구감소 가속화 등의 우려로 출산지원금을 축소·폐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석은 결국 지역별 특성, 정책의 효과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간 경쟁식으로 도입된 현금성 지원 정책이 국가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합계출산율 0.8로 전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고 급속한 고령화로 '축소사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출산율 반등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면밀한 분석 없이 조급하게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가는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재정 부담만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언급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헝가리는 미래에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고 5년 이내 1명 이상 자녀 출산시 이자 면제, 2명 출산시 대출 원금의 3분의 1을, 3명 출산시 대출원금 전액을 탕감하는 출산 장려책을 쓰고 있다.
나 전 부위원장은 헝가리 사례와 함께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과감한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당대표 선거와도 맞물린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 결국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3-01-15 23:37:37
수정 2023-01-15 23:3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