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1개월 된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보호자가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을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27·여)씨와 B(37·여)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1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1시 17분께 어린이집 교실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 식탁을 잡고 서 있던 21개월 된 C군의 팔을 잡아 바닥에 앉혔다가 C군이 울기 시작하자 "미쳤냐", "오버 하지마"라며 큰 소리를 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C군이 울음을 멈추지 않고 토하자 C군 다리 사이에 휴지를 깔며 "실컷 올리라(토하라)"며 갑티슈 통을 바닥에 던지듯이 떨어뜨리거나, 토사물을 닦는 과정에서 C군 머리가 갑 티슈 통에 부딪히게 하기도 했다.
또 이후 C군이 식사를 하지 않고 울먹이고 있자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비아냥거렸고, C군을 달래지 않고 "울지마. 너 안 먹여", "시끄러워", "귀 아파"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이 C군을 다그치는 소리와 C군의 울음소리 등은 C군 아버지가 경찰에 제출한 녹음파일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A씨 측은 C군 아버지의 녹음파일이 제삼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므로 증거 효력이 없고 녹음 행위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아동학대가 보호자의 영향력이 미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 점, 피해 아동의 언어 능력이 미약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녹음 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또 녹음 내용 중 증거로 사용된 부분은 피고인들이 한 말의 내용 자체가 아닌 비언어적 정보에 그치고 그 내용 또한 사생활 침해가 있을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
김 판사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고인의 목소리 등을 몰래 녹음했다고 해 이로 인한 피고인들의 인격적 이익 침해 정도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사회 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