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이 내려가면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비말이 분출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뚜껑을 반드시 닫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과학실험 영상이 공개됐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 대학 공학 연구팀은 녹색 레이저를 이용해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을 시각화했다. 이들은 비말의 속도와 확산 범위 등을 분석한 결과와 실험 영상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변기 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 나와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60여년 전에 확인된 바 있지만 이를 시각화해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북미지역의 공중화장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 형 변기를 실험 대상으로 놓고 물을 내렸다.
레이저 두 대를 이용해 변기 위를 비추어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방향 등을 측정한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에 도달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런 비말 가운데 무거운 것은 수초 내에 표면에 가라앉지만 5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입자는 공중에 몇 분간 떠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말은 주로 위로 뿜어져 나와 뒷벽 쪽으로 향했지만, 천정까지 오른 뒤 앞으로도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실험에서는 대변이나 휴지 등은 적용하지 않았고, 화장실 칸막이나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공중화장실 환경에서는 비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화장실 변기가 배설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런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로 '생태 유체역학 랩'을 운영하는 존 크리말디 교수는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에서 비말이 분출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본 적은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변기 물의 비말이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분출되고 확산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동영상을 한번 보면 이전처럼 변기 물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겠지만, 공중보건과 배관 전문가들이 환기 시설이나 변기 설계 등 공중화장실에서 병원균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할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2-09 13:36:07
수정 2022-12-09 13:3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