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한 40대 여성이 명동의 어두운 골목길에 들어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세 살배기 딸을 바닥에 내려놓곤 "엄마가 데리러 올게"라고 말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를 발견한 행인의 신고로 1시간 만에 아이는 아동복지센터에 인계됐다. 딸을 버린 여성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약 2개월간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통역인을 붙이고, 별도로 조사관을 보내 사정을 자세히 살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여성의 사실혼 배우자는 2019년 출산 직후부터 도박에 돈을 탕진했다. 생활비를 주지 않고 "애는 알아서 키우라"며 모녀를 방임했다. 더구나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소득이 없던 이 여성은 가족의 도움으로 아이를 양육했다. 그런데 올해 4월 부친이 뇌출혈을 일으키면서 경제적 도움마저 끊겼다. 아이는 자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나이가 됐고, 급기야 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야간에 만 3세 남짓 된 피해 아동을 골목길에 내버려 두고 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꾸짖었다.
다만 직접 조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500만원에 처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취업 제한은 면제했다.
재판부는 "사안 자체는 엄정하지만, 이로 인해 피고인이 강제퇴거 돼 피해 아동과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 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판부는 또 범행 당시 여성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친언니가 적극적으로 양육을 돕겠다고 의지를 밝힌 점도 고려했다.
이 여성은 구속기소 됐다가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풀려났다. 3년을 구형했던 검사도 항소하지 않았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이 여성은 다시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3-12-01 09:57:45
수정 2023-12-01 09:5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