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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에 물 붓기"...찔끔 지원으로 저출산 해결될까?
입력 2022-11-29 16:10:58 수정 2022-11-29 16: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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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이며 유일한 0명대다. 최근에는 출산율이 0.7명 대로 더 떨어지며 국가적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각계에서 출산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용산·성동·광진·강남·중구 등 5개 자치구가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자치구별 육아지원금을 재량껏 지급했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었고,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출생 순서와 관계 없이 모든 신생아 가정에 200만원 상당의 '첫만남 이용권(바우처)'을 국민행복카드로 한차례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부 자치구는 여기에 더해 선제적 지원금을 마련했다. 용산구·성동구·광진구는 셋째 출산부터 지원금을 지급한다. 용산구는 셋째 200만원, 넷째 400만원을 각각 지급하고, 성동구는 '출생축하금' 명목으로 셋째와 넷째에게 각각 100만원, 150만원을 지급한다. 광진구도 '출산축하금'으로 각각 100만원, 200만원을 지급하고 다섯째를 출산한 가정에는 3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몇 백' 만원으로 양육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반짝 지원 식으로 나오는 바우처와 축하금은 아이의 분유값과 기저귀값을 충당하는 데에 잠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출산율을 높일 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게 부모들의 생각이다.

한 지역 맘카페에도 이같이 출산율 저하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는 제목의 글에는 "유자녀 가구가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을 받쳐 준다. 아파트 인근에 학교와 학원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출산율이 낮아지면 매수자가 줄어들고 노인가구나 1인가구 아파트가 확산될 것"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출산율은 집값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저출산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 작성자는 "돈 몇푼 더 준다고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을 것이다"며 "가구당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스쿨버스 의무화 하고, 아파트 건설 기준을 강화해 소음에 취약하지 않은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산지원금 정책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댓글에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올라오며 너도나도 시행하는 출산지원금보다는 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한 엄마는 "단기적으로는 아이를 출산했을 경우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력단절 없도록 복직 시 근무시간 단축 의무화하면 조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10~20대 남녀 대립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남녀 갈등 문제가 팽배한 사회를 짚었다.

또다른 엄마는 "사교육비 외 다른 부수적인 비용들도 무시 못하니 결국 아이 한명당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한명 안 낳고 여유있는 삶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출산지원금은 현실적으로 아이 한 명을 키울 때 들어갈 전반적인 비용, 양육 시 맞닥뜨려야 할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알아버린 젊은 세대들에게 출산 후 받는 몇 백만 원의 지원금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행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고질적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중·장기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0명 대로 내려간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1-29 16:10:58 수정 2022-11-29 16:31:44

#저출산 , #출산지원금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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