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를 뒀거나 배우자가 있는 상태인 성전환자도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성별 정정을 불허했던 전원합의체 판단이 11년 만에 완전히 바뀐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다시 보냈다.
출생 신고시 남성으로 등록된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서 귀속감을 느끼다가 2013년 정신과 의사로부터 '성 주체성 장애(성전환증)'란 진단을 받고 호르몬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018년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A씨는 2019년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1심과 2심은 A씨 슬하에 미성년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결혼 생활을 하며 자녀들을 낳아 키웠으나 성전환 수술을 앞둔 2018년 배우자와 이혼했다.
2심은 "신청인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면 미성년 자녀 입장에선 법률적 평가를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별 정정을 허용하면 가족관계 증명서의 '부(父)'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여'로 표시되면서 동성혼의 외관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미성년 자녀는 취학 등을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할 때마다 이 같은 증명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1·2심 판결은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2011년 전합 판례를 참고한 것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1-24 16:06:10
수정 2022-11-24 1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