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해 캄보디아에서 선천성 심장질환 아동의 집을 방문한 사진이 공개된 후 '빈곤 포르노 화보' 논쟁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갑론을박을 펼치며 자극적인 용어를 지적하거나 용어의 뜻을 모르는 이들의 무지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시작됐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너무나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고 맞섰다. 여당은 장 의원의 최고위원직사퇴와 출당을 요구하면서 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아동계는 이같은 정치적 논란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계는 "의료 취약계층 아동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대체로 논란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김노보 전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앙상하게 뼈만 남았거나 목숨이 위태한 아이의 모습 등 의도적으로 불쌍한 감정이 들게 하는 사진은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며 "논란이 된 사진은 그런 의도로 연출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사안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동계 전문가 A씨는 "빈곤 포르노는 지난 40여 년간 국제개발 분야에서 다뤄져 온 주제 중 하나인데 용어의 과격한 느낌 때문에 현장에서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쓸지 여부는 현장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어떤 의도로 상대방을 대했고, 예의를 갖췄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윤리적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아동계 전문가 B씨는 "의료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려는 시도는 괜찮았다"면서 "구호단체나 전문가 조언을 받아 현장에서 세심하게 윤리적 기준을 살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동의 뒷모습을 찍는 등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요즘 관례이자 아동에 대한 예의"라며 "당사자의 양해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좀 더 신경을 썼으면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 구호 활동 전문가는 "아동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해 도와주는 건 국제적 기준과 규범에 맞는 원조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곤 포르노란 모금이나 후원을 요청하기 위해 자극적인 모습으로 빈곤을 표현, 동정심을 일으키는 사진이나 영상을 의미한다. 1981년 덴마크 인권운동가 요르겐 리스너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일부 단체들은 한때 이같은 방식의 광고를 노출해 모금액 목표를 달성하곤 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고 인종 차별과 사실 왜곡을 일으킨다는 비판 속에 자성론도 일었다.
아동계의 한 전문가는 "컨선월드와이드, 세이브더칠드런 등도 과거 부적절한 광고로 문제가 됐다"며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모금과 사업을 하는 단체들도 많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빈곤 포르노의 문제점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140여 개 NGO단체 연합체 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는 2014년 9월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동 취재 과정에서 언론인과 NGO 관계자 등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