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통한 듯 보였으나 실손보험료는 오를 것으로 보여 인상폭 '샅바싸움'이 일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손해보험업계는 손해율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1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의 인상폭과 시기에 대한 자체 검토를 마치는 대로 금융당국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전날 3분기 실적발표 IR에서 2·3세대 실손보험료 요율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주요 손보사들도 늘어나는 적자폭을 감당하기 위해 실손보험료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아 13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실손보험은 출시시점에 따라 1~4세대 상품으로 나뉘는데, 업계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3세대 실손보험이다. 2017년 4월 출시 당시 5년간 손해율 추이를 보고 요율을 정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인상할 때가 온 것이다.
당초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금융당국과 실손보험료 인상을 논의하려 했지만 연말로 미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월 갱신주기가 도래하는 상품들에 변경된 요율을 적용하려면 소비자 안내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해 12월까지는 논의를 마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금융당국은 분위기는 다르다..
국민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했는데,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료를 올리면 '조삼모사' 격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분이 자동차보험처럼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정할 때 반영된다.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손보업계가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초부터 1% 초반대에서 인하폭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이 올 3분기 백내장 수술 청구 감소로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세를 보인 것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실손보험료가 인상되더라도 인상폭이 업계 기대치엔 못 미치리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감독규정에 의하면 25% 한도 내에서 보험료 인상이 가능한데, 업계에서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도 최소 10%는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폭을 감당하려면 최대한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적정치를 정해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1-11 10:14:53
수정 2022-11-11 10: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