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 사진과 영상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여과 없이 퍼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외신은 이를 한국의 특징인 '초연결' 사회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최모(28) 씨는 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추천 영상 가운데 '이태원 사고 현장' 이라는 제목을 클릭했다가 며칠 째 불안감과 두통을 느끼고 있다.
그는 "궁금해서 눌러봤는데 괜히 봤다"며 "괜히 눌러봤다. 그정도로 다 나올 줄은 몰랐다. 한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SNS에 올라오는 이미지와 영상을 주의하라는 뉴스를 보고 나서 최대한 보지 않으려 했지만, 우연히 보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직업 상 SNS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직장인 이모(31) 씨는 유튜브 쇼츠 영상을 아래로 내리다가 갑자기 15초짜리 이태원 사고 현장 영상을 보게 된 후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사고 장면 등을 우연히 보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뉴스 말고는 안 보려고 했지만 쇼츠를 넘기며 SNS를 확인하던 중 결국 이태원 사고 장면을 보게 됐다"며 "CPR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슬프고 끔찍했다. 그 감정이 오래 간다"고 호소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일(현지시간) IT 강국이자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인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의 걸러지지 않은 참혹한 영상이 퍼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한국인들이 참사 이후 온라인으로 전파된 끔찍한 장면들을 접하면서 공포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깔려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온라인이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5G가 전체 휴대전화 회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5G 보급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초연결 사회의 선두를 달리는 만큼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WSJ은 여과되지 않은 사고 영상 등이 경찰이 참사 현장에 출동한 29일 밤 이후부터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해 널리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뉴스 매체들은 대부분 영상을 편집하거나 흐리게 처리해 시청자들에게 주는 충격을 줄였으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직접 올린 영상과 사진은 여과 없이 그대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여러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실린 영상 일부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나온다.
WSJ은 문제 해결에 나선 한국 정부의 조치도 소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개인정보 침해 상황을 11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자이크되지 않은 피해자의 얼굴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토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서울시를 통해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부 방침도 언급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1-02 11:47:38
수정 2022-11-02 11: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