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소식에 각국 정상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이태원과 비슷한 일본의 '스페인자카' 거리에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 경찰 인력을 배치하는 등 이번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일본 ANN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부야의 유명 거리 '스페인자카(スペイン坂)'는 이태원 압사 사고가 난 골목길과 모양이 비슷하다. 스페인자카는 롯폰기와 주일 스페인대사관을 잇는 100m 길이의 언덕으로, 너비가 4m도 되지 않는다.
지난 29일 압사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의 폭은 4m, 길이는 45m다. 이태원과 스페인자카 모두 이런 좁은 골목길에 술집과 음식점,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밤이 되면 인파로 가득 찬다.
스페인자카 인근 건물을 관리하는 카와이 히로아키는 ANN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의 비극에 대해 "시부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이 몰려 움직이기 어렵고, 특히 핼러윈 당일인 31일에는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태원 사고를 접한 일본은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시부야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 'DJ 폴리스'로 불리는 경찰은 이날 차량 위로 올라가 사람들이 갑자기 멈추지 않도록 권고하면서 질서를 유지했다. 이태원 사건처럼 좁은 길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 일본인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친숙한 번화가인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젊은이들이 몰리는 와중에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일본에서는 올해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한 '롯폰기 클라쓰'가 지상파 방송을 타고 전국에 방영됐을 정도로 '이태원 클라쓰'와 이태원 문화에 대한 인기가 상당했다.
아사히 신문의 인터넷 기사에 따르면 한 20대 일본 여성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너무 겁이 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참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본에서도 2001년 효고현 아카시 시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로 11명이 사망하고 246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11명 중 9명이 어린이였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무로자키 마스테루 효고현립대학 명예교수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군집 눈사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군집 눈사태'는 빠져나갈 길이 없는 환경에 사람들이 모였다가 한순간에 넘어지는 것을 지칭한다.
일본 언론은 군집 눈사태로 아카시 사고와 이태원 참사의 인명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