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이모씨는 집값이 천장을 뚫고 올라가던 지난해 여자 친구와 결혼을 미루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양가의 도움 없이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두 사람에게 신혼집으로 봐두었던 경기도 일산의 20평대 아파트는 반전세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30대 미혼 남녀 548명(남성 295명, 여성 253명)을 대상으로 결혼 계획과 관련해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된 해당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결혼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문항에 남성은 45.8%가 ‘아니오’를 말했으며, 여성은 54.9%가 ‘아니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모든 성별에 있어서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가 아직 없는 경우가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러한 답변을 하게 만든 이유에 주목해보자. 결혼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 그에 대한 이유를 물었더니 ‘혼자가 편해서’라고 답변한 경우가 남성은 54.1%였고, 여성은 70.5%였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응답으로는 남성이 50.4%였고, 여성은 36%의 비율을 보였다.
남성 10명 중 절반인 5명은 결혼을 포기하는 이유로 ‘집값’을 들었다. 혼자인 게 편하다고 하는 ‘내적 요인’보다 부동산 가치라는 ‘외적 요인’의 압력이 만만치 않게 결혼 욕구를 억누르는 셈이다.
이모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결혼적령기의 남녀에게 최근의 부동산 시세 하락은 반가운 징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큰마을대림 현대아파트(일현로 140)의 경우 일명 ‘국민평형(85㎡)’보다 작은 59.82㎡ 기준으로 지난 4월에는 4억 원에 매매가 되던 것이 이달에는 2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반년 만에 1억5500만 원이 빠진 것이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대가 더욱 떨어진다면 경제적인 이유에서 결혼을 망설였던 미혼들이 기혼으로 돌아설 여지가 생긴다.
저출산이 항상 숙제인 정부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출산 전 단계나 마찬가지인 신혼부부 숫자가 늘어날 수 있어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복병은 존재한다. 2030영끌부터 청년층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여전 업권에 신규 유입된 청년 차주는 20대 14만 명, 30대 33만 명 등 총 47만 699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의 뇌관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올바른 선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