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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매매혼 조장" 시들해진 '국제결혼 지원'
입력 2022-10-13 11:00:10 수정 2022-10-13 11: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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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에서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비용을 일부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례가 지난달 폐지됐다.

2010년 제정된 '증평군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에 관한 조례'는 만 35~50세에 해당하는 농촌 총각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때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원금을 받아 간 사례가 4건에 불과하고, 일각에서는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수혜자가 남성에만 국한된다는 성차별 논란이 일면서 조례 자체가 사라지게됐다.

군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제정된 것이었지만, 달라진 세태에 걸맞지 않게 됐다"며 "신청자가 없어 2020년 이후로는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는 등 실효성도 사라진 상태"라고 폐지 배경을 밝혔다.

한때는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농어촌 총각에게 외국인 배필을 맺어주자는 취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앞다퉈 도입했다.

하지만 이제 이같은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13일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27곳으로, 강원이 10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은 6곳, 인천·충남·전남은 각각 3곳, 충북은 2곳이다.

이 가운데 15곳은 '농어촌 총각' 또는 '농어촌거주 미혼남성' 등 지원 대상을 남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결혼하지 못한 총각들의 도시 유출을 막고 농어촌에서 사라진 어린이들의 모습을 되살리려는 취지로 국제결혼을 권장했지만,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매매혼이나 성차별을 조장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폐지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경기 남양주시도 국제결혼하는 농촌 총각에게 500만원을 지원하던 조례를 지난달 19일 폐지했다. 2015년 제정 이후 이 조례의 혜택을 본 총각은 1명 뿐이었다.

충남 금산군과 부여군고 2006년, 2008년 제정한 같은 성격의 조례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폐지했다.

경남도 역시 2006년 6월부터 시행한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사업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369명의 농촌 총각에게 1인당 600만원의 결혼 지원금을 지원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2019년 이후 4년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비판을 무릅쓰면서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국제결혼 지원은 시작단계부터 부정적인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수혜자를 남성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데다, 매매혼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국제결혼 지원사업 특정 성별 영향평가'를 한 뒤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유지하는 지자체에 사업 재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차별적인 국제결혼 지원에 따른 갈등이 잇따르면서 해당 지자체에 신중한 검토와 자제를 권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 역시 단순히 결혼만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승희 충북이주여성상담소장은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일부 지자체가 출산 등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지원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저출생은 여성이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턱대고 국제결혼을 지원할 게 아니라 국내로 들어온 결혼이주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10-13 11:00:10 수정 2022-10-13 11:47:07

#성차별 , #국제결혼 , #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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