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요금을 내고도 거스름돈 동전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이 있다.
요즘은 '현금 없는 버스' 가 생길 정도로 현금 요금보다 교통카드 사용률이 높지만, 카드 소외 계층인 청소년들은 가끔씩 현금으로 버스요금을 내고도 귀찮고 부끄럽단 이유로 거스름돈을 거절하곤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는 이모(15)양은 버스 요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양은 "편의점 과자 하나에 1천원을 넘는데 거스름돈 몇십, 몇백 원을 받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버스 안에 사람이 많을 땐 서서 잔돈을 받기가 부끄럽기도 하다.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한 비용인 셈"이라고 말했다.
유모(15)양 역시 "시간이 없는데 교통카드에 돈이 없거나 주변에 편의점이 없어서 충전하기 귀찮을 때 현금을 낸다"며 "이미 자리에 앉았는데 거스름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동전을 받으면 소리도 나고 귀찮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카드에 이미 익숙해져서 정확한 버스요금을 몰라 "거스름돈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청소년도 있다.
마을버스기사 A씨는 "학생 중 10%는 현금을 내는데, 거스름돈을 가져가지 않는 비율이 체감상 절반 이상"이라며 "1천원을 내고도 450원의 거스름돈이 필요없다고 한다"고 씁쓸해했다.
버스기사 B씨 역시 "거스름돈을 안 가져가는 건 학생들 뿐"이라며 "심지어 거스름돈을 가져가라고 해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어 황당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세태에 어른들의 반응은 어떨까.
직장인 안모(26)씨는 "어릴 땐 동전으로 군것질거리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물가가 상승해 동전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사라진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모(51)씨는 "동전을 버려도 되거나 아무 가치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젊은 세대의 편의주의와 화폐가치 하락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라고 짚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귀찮다는 이유로 작은 돈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잔돈도 모으면 태산이 된다는 사실을 경제 교육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편리함과 단순함, 신속함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990원' 같은 불필요한 10원 단위는 없애는 등 동전의 경제화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