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39)씨는 최근 '8월 22일 정부발표 : 코딩 잘하면 대학가기 쉬워진다' 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한 코딩학원의 광고 문자였다.
이 광고는 정부가 학교 정보 수업 시수를 늘리고 대학 디지털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코딩교육이 대입에 중요하다는 식으로 강조했다.
이씨는 "정부가 뭔가를 발표하면 학원들은 이렇게 불안 마케팅에 바로 활용한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교육이 필수화되면 결국 학부모들이 보내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학원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코딩(컴퓨터 언어) 관련 사교육 시장이 벌써부터 분주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디지털 전문가 육성과 일반인의 디지털 소양 강화 등을 목표로 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정보 수업 시수가 현재의 2배로 늘어나고 코딩 수업이 필수화되며, 대학이 '첨단학과' 정원을 쉽게 늘릴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된다.
사교육업체들은 영유아 시기부터 코딩을 시켜야 유리하다는 식의 마케팅을 바로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2018년 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이 필수화되면서 학원가에서 일었던 코딩 수업 열풍이 한번 더 재현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코딩 학원들은 초등생을 대상으로는 난도가 높지 않고 놀이처럼 접할 수 있는 '블록 코딩'을 가르치고, 중고생을 대상으로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 C, 자바 등을 가르친다.
수강료는 연령대나 과정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월 20만∼50만원가량이다.
교육부는 이처럼 사교육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설명자료를 내고 "초·중등교육부터 고등·평생교육에 이르는 전주기적 교육 시스템 내에서 질 높은 디지털 교육의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 추가적인 사교육 부담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정부가 최근 SW·반도체 등 첨단분야 정책에 계속 방점을 찍어온 점을 언급하며 정보 과목도 영어나 수학 등 주요 과목처럼 학부모에게 사교육 부담을 얹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학교 현장에서 질 높은 정보 수업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고, 수업이 평가와 직결된다면 결국 사교육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4살과 6살 자녀를 키우는 이모(38)씨는 "지금의 학부모 세대는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집에서 코딩에 대해 가르쳐주거나 중학교 수준의 수업을 도와줄 만한 소양을 갖춘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 수업의 중요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어릴 때부터 코딩 학원에 다니게 될 수 있다"며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결국 '디지털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