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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맘 칼럼] 안태환 박사의 코 이야기-아름다운 코가 숨쉬기도 편하다

입력 2022-08-23 11:43:11 수정 2022-08-23 1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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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전환이 가까워졌음을 선선한 밤공기로 체감합니다. 늦은 저녁 산책은 긴장된 몸의 열기를 식혀주고, 열어 둔 창문으로 스며드는 동틀 무렵의 상쾌한 공기는 농익은 가을을 채비하는 듯합니다. 이윽고 노란 은행잎이 꽃비처럼 내리는 축복을 온몸에 받는 시간이 도래할 겁니다. 마스크 없이 가을의 향기를 코끝으로 받는 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춥지도 덥지도 않기에 이완된 육신에게는 청량한 가을입니다. 경직된 서울을 떠나 교외로 나서면 아직 수확을 미룬 논에는 벼 이삭이 여물고, 과실들은 토실하게 풍년입니다. 내 것은 아니어도 만인이 배부른 넉넉한 들 풍경은 가을이 제대로 왔음을 증명합니다. 이렇듯 절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갑니다.


일 년의 절기 중, 가을은 겨울로 건너가기 위한 마지막 과정입니다. 봄의 기대만큼 거둬들인 소망이 없다면 한 해의 끝자락을 남겨두고 많은 회환과 자성 속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테지요. 가을의 고독은 그래서 성찰의 시간일 겁니다. 저도 그러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익숙한 일상에 무뎌지는 것을 넘어 하루하루가 새삼스러워질 때 비로소 오십이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50대를 살아보니 그 의미를 헤아릴 것 같습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반복되는 병원에서의 일과가 매 순간 다른 메시지로 다가섬을 이제야 깨달으니 참으로 우매한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나이듦의 선물이라 그저 고맙고 반갑기도 합니다.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의사로 지냈습니다. 긴 학업을 마치고 시작된 의사로서의 삶은 고단하고 때론 치열했지만 그만큼 뜨거운 환희와 감동을 안겨 줬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의사,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며 더 나은 치료법을 연구하는 삶은 의사로서의 역할과 인간으로서의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배고픈 학창 시절에는 학업에 대한 고뇌에 봉착하였고, 개원 후에는 의료인과 경영자의 책임감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마흔이 훨씬 넘어 비로소 내 집 마련에 성공했으니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부박하고 또 때로는 보헤미안의 감성으로 살아 낸 다양한 삶의 면면 속에서도 ‘코를 치료하고 개선하는 의사 안태환’의 삶은 지속되었습니다. 어쩌면 숙명의 길이었기에, 존재의 전부였기에 무너지지 않을 자존감으로 버텨낸 시간들이었을 겁니다.

눈을 뜨면 병원으로 출근해 저녁까지 진료와 수술을 반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고, 그런 고됨이 축적된 임상의 경험치로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코 전문 의사’라는 소명의식이 확고하게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시련은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태도는 의사 안태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습니다.

비염이나 축농증, 코골이, 비중격 등 코의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에게 호흡의 자유를 주는 일부터 외형적으로 부조화스럽고 망가진 코로 괴로워하는 환자분들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코 성형까지 코에 관한 환자분들의 문제 해결에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렸습니다.

평일보다 휴일이 더 분주한 일상을 소화하면서 매일 환자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통해 심신을 정화했고, 일과를 마친 후에는 책과 함께 하는 휴식의 시간을 가지며 어느덧 2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속절없이 50대에 이르고 보니 어느덧 지나온 발자취가 녹녹치 않았기에 새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앞으로의 미래를 비춰주는 꿈의 등대가 되어 제 삶의 좌표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삶에 ‘코’는 숙명이자 숙제입니다. 코 질환과 수술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코는 단순히 후각과 호흡을 담당하는 신체기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공기가 들고 나는 ‘숨길’의 차원을 넘어, 한 개인의 외적 자신감을 좌우하는 ‘얼굴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의사로서 코에 천착하는 배경입니다.

실제로 매부리코나 휜 코 등은 비중격 연골이 휘거나 비틀려 있는 비중격만곡증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비염과 같은 코 속 염증 증상이 지속되면서 코안의 조직이 비대해져 코의 중심 기둥역할을 하는 비중격 연골이 휘거나 비틀린 것인데요. 이런 코는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염에 의한 콧물, 코막힘,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어 빠른 치료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비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의 경우에는 콧대를 높여 콧속 공간을 넓혀 주면 숨쉬기가 한결 편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코의 질환을 치료할 때, 비중격을 똑바로 펴 주거나 콧대를 살짝 높여 숨쉬기 좋은 코 모양을 만들어 주는 코 성형을 병행하는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단순히 코 성형 수술 실패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의 기능이 망가져 내원한 환자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코의 기능이나 형태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환자분들의 스트레스와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드리는 것이 선행돼야 할 치료법입니다.

의학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코는 다양한 이유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질환과 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았어도 개개인마다 질환의 정도와 코의 상태, 코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치료 계획과 수술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코는 얼굴의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인 만큼 환자의 만족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초진부터 퇴원 후 관리까지 지속적인 소통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죠.

흔히 코 성형이라고 하면 미용성형을 떠올리십니다. 그러나 의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코 성형은 ‘치료’와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행위입니다. 심각하게 훼손되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코로 일상을 잃어버린 환자가 코를 되찾기 위해 쏟는 눈물겨운 노력이 그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예쁜 코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평범한 일상이니까요.

공자께서 ‘50살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지천명(知天命)에 닿고 보니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가 남다릅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무뎌진 심중의 감동이 새삼 커다란 깨달음으로 저를 기쁘게 합니다. 기적은 허상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한 이에게 안겨주는 변화의 결과일 것입니다. 완치된 코, 아름다운 코, 일상이 무너진 환자들에게 평화를 선물해 주는 코의 기적을 향해 지천명을 넘어 60세의 이순(耳順), 70세의 종심(從心)까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매진해 볼 요량입니다.

매 순간 치열했던 의료현장을 바라본 한 의사의 진솔한 마음을 담아내 보려 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믿음으로 고통의 시간을 극복해낸 희망의 기록을 남기고도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의사의 길이라는 신념으로 달려온 27년. 그동안 저를 울고 웃게 하며 ‘코 전문 병원’의 꿈을 향해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올 수 있게 해 주신 환자분들을 떠올리며, 고즈넉한 마음으로 ‘의료인 안태환의 일기’를 시작합니다. 졸렬한 글이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글 안태환 이비인후과 전문의·의학박사
입력 2022-08-23 11:43:11 수정 2022-08-23 11:43:11

#안태환 , #코 , #코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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