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지갑에 들어온 출처 불명 비트코인을 사용해도 배임이나 횡령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문보경 부장판사)는 A(27)에게 배임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8월 자신의 가상화폐 전자지갑에 들어온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트코인(당시 시가 8천70만원 상당)을 다른 비트코인을 사는 데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해당 비트코인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대로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A씨와 비트코인 원래 주인의 신임 관계가 다소 약한 점, 피해 변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들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배임죄가 규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 성립된다.
가상자산이 착오로 이체된 본 사건에서 A씨와 비트코인 주인 사이에 신임 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래에 위험이 수반된다. 따라서 가상자산은 형법에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받을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 규정은 없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이 횡령죄에 규정된 '재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함께 기소한 횡령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고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해 현행 형법에 규정한 재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해도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