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청주 한 산부인과 주차장 전기설비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칫 대형참사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날 신생아 23명을 포함해 산모와 환자, 직원 등 12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병원 집기와 아기용품, 산모 개인 물건 등이 불에 탔다.
검은 연기를 보고 놀라 달려나온 산모들은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화재 원인 조사 등이 늦어지면서 피해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필사적으로 탈출한 산모 오모(37)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 측에 소실된 물품 보상을 요구했더니 증명할 사진과 물품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화재 당일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그는 마취가 다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차오르는 연기에 놀라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 나갔다.
이후 TV에서 화재 장면만 나와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는 "아찔했던 당시 상황이 석 달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데, 정신적인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불에 그을린 물품값마저 변상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산모 이모(30)씨는 "병원에서는 전기공사를 맡은 업체와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한다며 보상을 미룬다"며 "병원 측이 먼저 책임을 다하고 나서 과실 비율을 따지는 게 순서 아니냐"고 분노했다.
업무차 병원에 들어갔다 차량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김모(46)씨의 상황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생업을 위해 반드시 차량이 필요한 그는 매달 100만원씩 개인 돈을 내면서 렌트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다.
병원 측도 피해자들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경찰 수사가 늦어지고 화재 보험금도 빨리 나오지 않아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속한 보상을 위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청주의 한 변호사는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물건이 모두 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입증자료가 있더라도 소송 기간과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병원은 화재가 나기 3일 전 수도관 동파 방지용 열선 설치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공과정에서의 과실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