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국제 택배가 집에 도착해 당황스러운 사람이라면 '브레싱 스캠'을 의심해보자.
지난달 22일 A씨는 의문의 택배 세 개를 받았는데, 모두 텅 비어있었고 택배 발송지는 우즈베키스탄과 말레이시아였다. 송장에 적힌 주소와 전화번호 모두 A씨의 것과 일치했다.
이런 이상한 택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지난 2일과 3일에도 A씨에게 몇 개의 국제 택배가 도착했다. 역시 내용물은 없었다. 발송지도 같고 개인정보도 똑같았다.
A씨는 "해외직구를 해본 적이 없다"며 "주변에서는 마약 거래와 같은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찝찝하다"고 전했다.
A씨가 받은 택배에 적힌 발송처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물류창고로, 이 창고를 검색하면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발송된 택배를 받았다는 한 네티즌이 "사기 업체이니 주의하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A씨가 받은 이 택배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으로 추정된다. '브러싱 스캠'이란 주문한 적 없는 물건을 아무에게나 보낸 뒤,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는 사기 행위다. 소비자들이 리뷰나 구매자 수가 많은 순으로 제품을 사려 하는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2020년 미국 곳곳에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바이오 테러리즘' 의혹이 나왔으나 미국 농무부는 이 사건을 '브러싱 스캠'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홈페이지에 "국제우편으로 '출처불명 씨앗'을 받는 경우 심거나 만지지 말고 검역본부로 신고해 달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미 '브러싱 스캠'의 위험성이 알려져 있다. 영국의 비영리 소비자 매체 '위치'(Which?)는 지난해 10월, 영국 내 백만여 가구가 '브러싱 스캠'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뉴욕 소비자보호부(DCP)도 "(사기꾼들이) 불법으로 당신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왔을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막기 위해 열어보거나 버리지 않는 게 좋다"며 "유명 온라인 쇼핑몰과 같이 발신자가 명확하다면 해당 업체에 구매하지 않은 물건이 왔다는 내용을 알리는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될 땐, 유출이 의심되는 사이트의 정보(URL, 화면 캡처 등)를 수집해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118에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KISA는 해외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 사업자에게 개인정보 삭제를 요청한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