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되고 방역지침이 크게 완화되면서 일상 회복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실내체육시설은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실내체육시설 일부가 한때 집합 제한 대상에 포함돼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대면 활동을 줄인 탓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200평 규모의 어린이 종합스포츠시설을 12년째 운영 중인 김모(50) 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급여가 감당이 안 돼 주말 수업만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그룹 수업 문의가 한 번도 없었다"며 "코로나 전엔 등록한 학생이 500명이 넘었지만, 이제는 70명 정도이고 그마저도 확진자가 나오면 앞뒤 수업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일주일에 사실상 수업을 받는 인원은 30명 남짓"이라고 전했다.
도봉구 쌍문동에서 어린이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A씨도 "코로나 초기에 개업하는 바람에 한 달에 400만원씩 적자를 봤다"며 "지금은 그나마 매출이 30% 정도 회복됐지만, 그간 쌓인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됐어도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시설에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송파구 신천동의 한 태권도장 관장은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에서 하는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집 밖을 안 나오면서 태권도장도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6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체육도장업으로 등록된 전국 2만7천693곳 중 국내에서 첫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2020년 3월 22일 이후 폐업한 체육도장은 868곳이다.
태권도장을 비롯해 어린이 스포츠시설이 단순 체육시설 기능뿐 아니라 일종의 '돌봄 기능'도 담당했는데, 가까운 시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맡기지 못하게 된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자녀 3명을 둔 양모(47) 씨는 "지난 5년간 아이들을 보냈던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며 "운동 수업을 보내면 끝나고 친구들과 노느라 반나절 정도는 엄마를 안 찾았는데 보육 부담이 확실히 늘 것 같다"고 우려했다.
5세 아이를 둔 맞벌이 가정의 강모(40) 씨는 "수영장과 태권도장은 유치원 끝나고 셔틀버스를 연계해줘서 일하는 부모들한테 아주 중요했는데 주변 어린이 수영장도 문을 많이 닫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된 만큼 시간이 지나며 점차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경기도에서 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 B씨는 "집합 제한으로 도장을 못 열 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다시 등록을 문의하는 전화도 점차 늘고 있어 희망을 품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