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상승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야외에 나가 책 한 권 읽어주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4월의 선정 도서를 소개한다.
똑같을까?:이희은 그림책/이희은 글·그림/사계절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빨간 동그라미가 주인공이다. 둘의 모습은 닮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는 두 동그라미를 통해 누군가와 처음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연 우리는 똑같을까? 책을 읽는 아이들이 이 질문에 직접 대답하면서, 스스로 세 번째 동그라미가 되어 서로 존중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사과의 맛도, 좋아하는 줄무늬의 종류도 다르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컨셉에 맞춰 책 또한 접지선이 접히는 부분을 경계로 대칭적인 구성이다. 두 동그라미가 네모난 그림책 공간 안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광경을 생동감 있게 그렸으며, 글 또한 다양한 의성어, 물음표와 느낌표를 활용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형광을 활용한 산뜻하고 감각적인 색감 사용도 눈길을 끈다.
향기를 만드는 말의 정원/김주현 글/모예진 그림/노란상상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은, 호기심을 잔뜩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다. 나쁜 말을 일삼는 준수앞에 어느 날 수상한 아저씨가 나타나 준수의 ‘나쁜 말 냄새’를 수집한다. 이야기가 흥미롭고 예상치 못한 뭉클한 부분도 있어서 감동도 있다. 준수가 만난 수상한 냄새 수집가 아저씨의 말처럼 사람의 말에는 마음에서 싹을 띄우는 씨앗이 있다. 어떤 말로 어떤 씨앗을 틔울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은어, 축약어, 비속어 등 우리 주변에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편리성에 의해 말이 변하고 있지만, 굳이 바른말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이와 함께 평소의 언어습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꽃 아주머니와 비밀의 방: 색다르게 그림을 보는 법/김지선 글/이해정 그림/시금치
유명한 명화들을 동화로 풀어낸 미술 교양서다.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그림 감상에 대한 어려움을 ‘색다르게 그림을 보는 법’이란 주제로 쉽고 재밌게 풀어낸다.
주인공 송이와 친구가 된 꽃 아주머니의 집에는 여덟 개의 방이 있고 방문마다 다른 색이 칠해져 있다. 각 방마다 흥미로운 그림 이야기가 있다. 마티스, 피카소, 샤갈, 렘브란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꽃 아주머니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배우는 26점의 명화이야기는 어려울 수 있는 그림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송이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감상은 그림 속 세계를 아이의 느낌에서 전달하여 우리 아이들이 자칫 잊고 지낼 수 있는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도와준다. 딱딱할 수 있는 예술주제 책과는 다른 이야기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림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방법을 재밌는 한권의 책으로 경험해 보고자 추천한다.
조선의 베이커리:카스테라의 탄생:조선 최고의 맛!가수저라/정종영 글/고정욱 해설/최유정 그림/부카플러스
책의 부제처럼 ‘카스텔라의 탄생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음식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카스텔라만이 아니라 우리 전통 간식거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인공 ‘가온’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군고구마 과자, 두부 과자, 약과, 찹쌀 유과 등 요즘 청소년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전통 간식거리를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 전통 음식문화와 그 안에 담긴 만든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과자 만들기 경연에 참가한 주인공 가온은 불공정한 경쟁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스스로의 의지와 기발한 발상으로 우승하여 병과점에서 일하게 된다. 또한 수많은 실패와 고민을 경험하며 ‘가수저라(카스테라)’를 만들고 자신만의 과자가게인 ‘조선 배이거리’를 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우리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보다 도전과 열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한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