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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이체만 했는데..." 지능화된 중고거래 사기 주의

입력 2022-02-21 09:39:46 수정 2022-02-21 0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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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일부터 3일 동안 한 무역회사의 재택 알바를 했던 A(31)씨는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피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그는 "자고 일어났더니 수많은 메시지와 전화가 와있었다"며 "한 번이라도 중고거래를 해봤다면 의심했을 법한 수많은 상황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후 '00무역'이라는 아이디로 단기알바 제안 메시지를 받았다. 주요 업무는 거래처에 발주한 금액을 이체하는 일이라고 했다.

'00무역'이라는 곳의 직원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부서가 생기면서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며 A씨를 회유했다.

A씨는 일을 끝내고 며칠 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피해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고나서야 자신이 했던 일이 중고거래 사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가 나흘 간 발주처로 알고 돈을 받았던 사람들은 중고물품 구매사기 피해자들이었고 이들은 총 25명이었다. 이체한 금액은 2천800여만원에 달했다.

대다수 피해자는 거래내역이 많고 사진 인증도 받아 의심 없이 돈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명품가방 같은 고가의 물품을 사려다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으며, 피해 금액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했다.

A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15일 무역회사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한 수사관은 21일 "주로 보이스피싱에서 쓰이던 '수거 알바'가 중고시장 사기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사기는 주범을 잡기 위해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돼 피해회복도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법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중고 시장 사기가 점차 지능화되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원대였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020년에 20조원으로 불어났다. '리셀'문화가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명품시계 등 고가 물품이 간편하게 거래됨에 따라 중고거래 사기가 점차 지능적으로 이뤄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심부름 역할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범죄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중고거래 사기 범죄 수법도 널리 알리고 예방 교육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동네 사람끼리 거래하는 컨셉 등 소비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점을 활용하고 해외에 조직을 두면서 전화번호를 변환시키는 등 사기 수법이 지능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은 어려운 반면 플랫폼이 지는 책임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업자가 플랫폼만 마련하면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피해보증보험 등을 마련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업체 자체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2-02-21 09:39:46 수정 2022-02-21 0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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