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와 말기의 빠른 체중 변화가 향후 태어날 아기의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비만'에 9일 발표한 이번 논문에 따르면, 300명 이상의 임산부들 중 임신 초기 3개월에 급격한 체중 변화가 나타난 산모의 아이가 대체적으로 체지방, 허리둘레, 체질량지수(BMI) 등이 평균치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임신 기간을 초기, 중기, 말기 총 3구간으로 나누고, 구간 별 산모의 체중 변화를 기록해 추적 관찰했다. 체중 증감 양상에 따라 산모는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재 그룹은 초기에 체중이 감소하고 중기에는 적당히 증가하다가, 말기에는 빠르게 증가한 산모였다.
두 번재 그룹은 임신 기간 내내 천천히 체중이 증가한 산모, 세 번째 그룹은 초기에는 느리게 증가하다가 중기부터 적당한 속도로 증가한 산모였다.
마지막 네 번째 그룹은 임신 초기 급격한 체중 증가가 일어나다가 중기에는 느리게 증가하고, 말기에는 적당한 속도로 증가한 산모였다.
연구진은 이들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5~14세가 됐을 무렵 체지방, 허리둘레, BMI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자 아이에게서 그룹 별로 차이가 나타났는데, 초기에 빠른 체중 증가를 보였던 네 번재 그룹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가장 높은 체지방 비율과 허리둘레, BMI를 기록했다.
반대로 초반에 체중이 감소했던 첫 번째 그룹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비만 수치가 가장 낮았다. 반면 남아에서는 그룹 별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베스 와이든 교수는 “소아 비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자궁 내에서 노출된 영양분이 태아의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임신 초기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며 “좀 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만큼, 무리하게 체중을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는 산모의 체중 변화가 아이의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하는데, 실제로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연구진은 산모의 체중과 아이의 비만 사이에 큰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산모의 BMI에 따라 정상, 과체중, 비만 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관찰했다.
그 결과 아이가 4살이 되기 전에는 엄마의 임신 중 체중이 아이의 BMI에 영향을 미쳤지만, 4세 이후부터는 연관성이 떨어졌다. 10세 이후부터는 연관성이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확실한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