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엄마 뱃속에 거꾸로 자리를 잡아 출생할 때 머리가 아닌 엉덩이부터 나오는 '둔위 분만'은 아기의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쌍태아(쌍둥이)'의 경우에도 둔위분만이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쌍둥이 여부와 상관없이 태아가 거꾸로 자리 잡은 상태는 고관절의 비정상적 발달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지윤 교수와 정형외과 박문석 교수 연구팀은 491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쌍둥이 여부, 태아의 자세 발달, 고관절 이형성증 발병 빈도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발달설 고관절 이형성증을 겪는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양상을 띠며 관절의 모양이 점차 변형된다.
이번 연구 대상은 2013~2018년 동안 이 병원에서 임신 23주 이후 제왕절개로 분만한 신생아로, 거꾸로 자리 잡은 태아 중 외둥이 152명과 쌍둥이 204명, 제대로 자리 잡은 쌍둥이 135명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아기들을 대상으로 고관절 이형성증의 강력한 위험 요소인 둔위가 쌍둥이 임신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거꾸로 된 상태로 태어난 외둥이의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발병 빈도는 12.5%, 거꾸로 자리잡은 채 태어난 쌍둥이 신생아의 경우 9.8%의 발병률이 나타났다. 제대로 자리 잡은 쌍둥이의 경우 발병 빈도가 0.7%였다.
즉 쌍둥이 여부와 관계 없이 엄마 뱃속에서 거꾸로 자리잡은 태아의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발병 빈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
그동안 나온 일부 연구에서는 쌍둥이 등 여러 아이를 임신한 경우 아이의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쌍둥이일 경우에도 거꾸로 자리잡은 둔위 자세가 고관절 이형성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소아정형외과학회지'(Journal of Pediatric Orthopaed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거꾸로 자리 잡은 채 태어난 아이는 생후 6주가 지났을 때 초음파로 고관절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 수 있는데, 아직 걸음마를 떼지 않은 신생아 시기엔 증상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산부인과 박지윤 교수는 "쌍둥이로 태어난 신생아의 체내 자세에 따른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발생 빈도를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연구"라며 "최근 쌍둥이 임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에 따른 신생아 치료 대응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 박문석 교수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생후 3개월 이전에 진단될 경우 치료 방법이 간단하고 결과도 좋으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며 "둔위로 태어났거나 관련 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다면 적기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