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위드 코로나 시대, 현명한 엄마의 대응법]
라이프 코치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 새 나의 고민은 절반이 아닌 ‘반의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한 걸까? 각종 악재가 겹쳐 ‘나’라는 존재가 안팎으로 힘든 요즘이다. 키즈맘이 엄마 독자들 입장에서 라이프 코치에게 상담을 받았다. 크게는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위드코로나, 작게는 아이와의 대화법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 <편집자주>
KIZMOM 코로나19로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그만큼 마찰할 일이 많아지는데요. 대화로 잘 풀어나가려 해도 말수가 적은 아이는 대하기가 힘들어요.
권세연(이하 권) 말수가 적은 아이라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질문을 하기 전에 아이랑 충분히 라포 형성(친밀감, 유대관계 형성)을 하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이야기 하고 싶은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죠. 평소에 아이가 좋아하는 관심분야의 이야기를 먼저 나눠서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주세요. 아이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겠지요?
만약 환경도, 분위기도 준비가 되었는데 여전히 대화가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면 ‘감정카드’라는 도구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감정카드’에는 카드마다 재미있는, 슬픈, 지루한, 신나는 등등 다양한 단어 수십 개가 쓰여 있어요. 그 중에서 지금 기분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카드를 아이에게 고르게 한 다음 그 카드를 고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대화할 계기가 마련되더라고요.
KIZMOM 아이와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권 질문을 하기에 앞서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말을 들을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해요. 평소에 우리가 아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듣고 싶은 답을 정해놓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경우 특히 그렇죠. 질문에 ‘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아이가 혼나거나 취조당하는 기분에 움츠려 들 수 있어요.
이때, ‘무엇’ 또는 ‘어떻게’라는 단어를 넣어 질문하면 훨씬 부드러워져요. 늦은 시각까지 잠을 자지 않는 아이에게 ‘너는 도대체 왜 안자니?’라고 묻는 대신 ‘너는 무엇 때문에 잠을 안자고 있니?’라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무엇 때문에 안자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에요.
그리고 질문 후에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빨리 대답하라고 독촉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의견을 물었을 때 아이가 멈칫하는 경우 부모는 조급한 마음에 ‘할거야? 말거야?’라고 닫힌 질문을 하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는 ‘한다. 안한다’ 의 단답형 대답을 하게 되죠. 이야기가 단절되고 더 깊은 대화로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구체적으로 방법을 조금 더 설명해줄래?’라는 열린 질문을 통해서 아이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질문 후에 아이가 대답하기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도 아이의 속엣말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KIZMOM 상담을 하며 봤을 때,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엄마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던가요?
권 스트레스에 대해 먼저 정의해 볼게요. 캐나다 내분비학자인 한스 셀리에는 스트레스를 "정신적·육체적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는 자극에 대해 자신이 있던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자 변화에 저항하는 반응"이라고 설명했어요. 쉽게 말하면 평소에 생활하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상황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예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루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해요.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마음에 따라 일의 능률이 오를 수 있거든요.
코칭을 하면서 만난 어머니들 중에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분들의 특징, 그리고 우리가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어요.
첫째,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아요. 근심을 빨리 없애는 거예요. 지연된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막상하고 보니 별거 아니었네’라는 개운함과 함께 스트레스도 같이 사라져요. 이를 위해 일의 우선순위를 적어놓고 즉시 그걸 실행에 옮겨보세요.
둘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잘 구분하세요.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쓰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내려놓더라고요.
셋째, 본인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세요. 본인의 현재 감정에 대해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후련함을 느낄 수 있어 좋은 방법이에요. 감정을 글로 쓰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넷째,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하세요.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마음의 균형이 붕괴되는 방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본인의 생활 패턴에 맞게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해요. 또한 운동은 몸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스트레스 수치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돼요.
다섯째,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세요. 육아를 하다보면 하루에 단 한 시간도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니 짜투리 시간이라도 만들어야 해요. 이때 복식호흡을 해보세요. 복식 호흡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심신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요.
그러니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쏟기 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연습을 꾸준히 하세요. 건강 유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요.
KIZMOM 코로나19로 인해 엄마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엄마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을까요?
권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엄마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던 건 감정컨트롤, 그 중에서도 무기력이었어요. ‘나는 지금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지쳤어’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마인드 리셋을 통하여 새로운 삶의 관점을 머릿속에 리뉴얼해야 해요. 그러려면 무기력 상태의 시작점에 집중하기보다는 도착하고자 하는 도달점에 집중해야 해요.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조금씩 노력하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무기력만큼은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한번에 ‘탁!’치고 나와야 해요.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처음부터 장기적으로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일을 작게 쪼개서 작은 성공부터 경험을 하면서 의욕을 되살리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하나의 목표를 정해서 기간을 두고 매일 실천 여부를 확인하여 작은 성취의 기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거죠.
KIZMOM 그 일환으로 랜선새벽도서관을 운영하시는 거군요?
권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음 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몸부터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단 몸이 아프면 매사 귀찮아지고 뭐든지 하기 싫어지거든요. 한 끼를 먹더라도 영양가 있는 식사를, 어렸을 때 배웠던 국민체조 같은 가벼운 스트레칭 동작을 천천히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요.
KIZMOM 상담 중 도입부에 ‘오늘 기분을 색으로 표현해주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시더라고요. 이유가 있으실까요?
권 엄마들은 아이, 남편, 부모님, 시부모님 기분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너무 잘 알아요. 항상 그들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정작 본인의 기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시간이 주어져도 어려워해요. 자기 기분을 살펴볼 기회가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보통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코치이(코칭을 받는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머뭇거려요. “답하기 어려우신가요?”라고 제가 다시 질문하면 “아니요, 요즘 제 기분이 어떤지 물어본 사람이 없어서 잠깐 생각했어요”라고 답하시고는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저도 놀랐어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안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 거예요. 하지만 다시 기분을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쉽게 답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색을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색은 간접적으로 그러면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색을 먼저 고르게 하고 그 색을 고른 이유를 질문하면 그 때부터는 술술 말씀하시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아이들이나 배우자에게 “오늘 기분은 무슨 색이야?”라고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색을 통한 대화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KIZMOM 위드코로나가 시작된다지만 비대면이 라이프스타일의 한 양식으로 이미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비대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라이프코칭을 해주세요.
권 요즘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하죠. 그러면 메신저나 메일과 같은 텍스트로 소통하게 되고요. 이는 음성과 다르게 읽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모호한 표현보다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여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간단한 이모티콘(^^ --;)등으로 어떤 느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과도한 휴대폰 사용은 자제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시간을 정해두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정부 관련 기관 중 수준 높은 온라인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기관을 검색해서 꾸준히 정보를 얻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는 앞으로도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인정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뭘 해야지’, ‘코로나 때문에 그런거야’라는 생각보다는 with코로나(위드코로나) 시대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를 하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해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자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