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인생에 답이 없는 이유? 라이프 코칭이 필요한 이유]
[下. 위드 코로나 시대, 현명한 엄마의 대응법]
라이프 코치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 새 나의 고민은 절반이 아닌 ‘반의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한 걸까? 각종 악재가 겹쳐 ‘나’라는 존재가 안팎으로 힘든 요즘이다. 키즈맘이 엄마 독자들 입장에서 라이프 코치에게 상담을 받았다. 우선, 그와 인사부터 나누어본다. <편집자주>
KIZMOM 라이프 코치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소 생소한 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권세연 코치(이하 권)
“요즘 어떤 기분을 가장 많이 느끼시나요?”
제가 코치이*를 코칭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받은 코치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머뭇거립니다.
“답하기 어려우신가요?”
“아니요. 요즘 제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잠깐 생각했어요. 제 이야기를 해도 되나요?”
“그럼요! 당연하죠!”
라고 답하는 제 직업은 라이프 코치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변화와 성장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라이프 코치예요. 대인관계, 감정, 취업, 학업 등 인생에서 겪는 전반적인 것을 코칭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국내에서는 기업 위주의 비즈니스 코칭이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된 경향이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라이프 코치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실 거예요.
코치의 핵심역할은 코치이가 본인의 잠재력을 스스로 찾아 실행하도록 하는 거예요. 코치이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고, 코치이가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코칭이 끝나면 자신이 세운 계획으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죠.
KIZMOM 라이프 코치는 언제 특히 필요한 존재인가요?
권 한국은 외국에 비해 유난히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어른이 되었을 때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아요. ‘이게 아닌데’싶지만 이전에는 연습해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거예요.
이처럼 ‘인생에 참 답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필요한 게 코치예요. 제가 코치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인생에 답이 없는 이유를 깨달았거든요. 제 인생에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런데 인생에서 질문해주는 사람, 코치를 만나니까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어렵기만 했던 삶이 정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KIZMOM 코치님과 문답을 주고 받았더니 ‘고민이 이미 해결돼 있었다’는 반응이 많네요. 질문을 잘하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권 저는 코칭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질문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코칭을 공부하면서 대화의 핵심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던 찰나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랜선코칭맛집’을 접했지요. 그곳에 26명의 코치가 있었는데 100일 동안 매일 돌아가면서 1명이 질문을 하고 거기에 25명이 답변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같은 질문에도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대답을 한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게다가 비슷한 뉘앙스의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단어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이 나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한 달 정도 했을 때, 우리끼리하기엔 이 활동이 너무 재밌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이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고, 100일 동안 이어진 우리 26명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는데요. 책이 세상에 나온 지 1개월 만에 2쇄를 찍을 정도로 예상외의 파급력을 보였어요.
지금은 그 책을 기반으로 ‘코칭퀘스천클래스’라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질문을 그냥 하면 되지. 뭐 배울게 있나”라는 입장에서 “질문을 잘하면 인생에 답이 생기고, 정확한 질문을 할수록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라는 쪽으로 생각이 달라져서 앞으로도 꾸준히 ‘질문하는 법’을 공부할 계획이에요.
KIZMOM 라이프 코치를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셨나요?
권 제가 코치를 처음 만난 건 첫째가 세 살, 둘째가 100일 무렵이던 6년 전이었어요. 산후 우울증을 정말 힘들게 겪고 있을 때였어요. 신랑이 출근하고 두 아이를 보는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아파트 게시판에서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코칭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참여했어요. 사실 주1회 5주 정도 코칭을 받고 갑자기 막 살맛이 났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다행히 없어졌어요.
그 후 둘째가 네 살이 되었을 때 일을 시작했는데 그 일이 재밌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문득 생각난 일이 코치였어요. 그 길로 코칭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를 시작으로 한국커리어학습코칭 연구소 연구원이 되어 직장인, 대학생 특히 엄마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시작했어요. 저 또한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엄마 코칭 사례를 선별해 지난해 8월 책 한 권으로 엮었어요. 저도 낮에는 회사, 밤에는 대학원에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코칭을 받는 엄마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출간 후, 너무 감사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만, 홍콩, 마카오에 판권이 수출됐어요. 이 책을 보고 강연과 코칭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코치, 작가, 강사로서 바쁘지만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제공 : 권세연
KIZMOM 랜선새벽도서관 관장으로도 활동 중이시죠. 어떤 도서관인가요?
권 엄마 코칭을 하는 동안 ‘인생을 살아가며 변화하고 또 성장하고 싶게 하는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맴돌았어요. 그러다 100명 이상 코칭을 하며 들었던 공통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알게 됐어요.
“제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제 제 삶에 희뿌연 안개가 걷힌 느낌이에요. 선명해졌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가장 확실한 동기 부여는 ‘나를 나로 인정해주는 말’과 ‘애정 어린 눈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엄마가 된 후로, 아이와 신랑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또 막상 한다고 하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떤 말을 어디까지 해야할지 막막하거든요. 아이들은 학교, 신랑은 회사에 각자 소속이 있는데 엄마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제가 1:1로 개인 코칭을 계속 진행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어 랜선새벽도서관을 만들게 된 거예요. 서로를 응원해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벽에 온라인에서 만나 공부하는 공간이에요. 시간대를 새벽으로 한 이유는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어요. 코로나19 등으로 낮 동안에는 가족들이 계속 집에 있으니까요.
KIZMOM 랜선도서관 운영 방식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권 랜선새벽도서관은 새벽 5시부터 7시 사이에 제가 줌을 켜두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각자 할 일을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매일 5시 55분과 7시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고요. 매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본인이 며칠째 출석했는지 공유하고 출석 100일과 200일째 되는 날에는 회원들끼리 그 분의 성공을 축하해줘요.
랜선새벽도서관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제 매일 다른 하루를 맞이하고 있어요. 새벽에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자격증 시험을 보기도 하고요. 글쓰는 작가로 데뷔한 분도 있어요. 취업을 하기도 했고요.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목표를 향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에요.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모닝글로리’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아침의 영광’이라는 뜻으로요. 코로나19가 지금보다 심하지 않았을 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숲체험, 목공예 등 오프라인 소모임을 갖기도 했고요. 동아리 모임으로는 다이어트, 블로그 운영, 어린이줌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어요. 처음에는 딱 100일만 운영하고 종료할 예정이었는데요. 회원분들이 대부분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랜선새벽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하셨어요. 이곳에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 거예요. 출산 후,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인간관계가 아이 위주로 변했는데 이제 다시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공간은 충분한 의미가 있어요.
[下. 위드 코로나 시대, 현명한 엄마의 대응법] 에서 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김경림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