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신용카드를 사용한 치매노인이 형사 입건되어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냈다.
가족들은 노인이 카드를 주웠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며 수사를 받는 치매 노인은 방어권 행사도 쉽게 할 수 없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17일 구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A씨는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경찰서로 갔다.
구리 경찰서에 도착한 A씨는 어머니가 신용카드 2개를 주워 교통비와 식비 등 일상 생활에서 여러 차례 사용한 혐의를 받아 형사 입건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상태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인지 능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었다.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아래를 보고 다니며 땅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모으던 어머니가 카드를 주웠고, 남의 카드를 습득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자신의 카드처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A씨 가족은 판단했다.
자식들이 놀랄까 우려돼 혼자 경찰 조사를 받아 오던 어머니는 경찰의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남의 카드를 사용한 이유를 묻자 "일정 금액이 든 포인트 카드인 줄 알았다"고 답하는 등 횡설수설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카드 사용기간이 1달이 넘었고, 횟수가 많은 점을 들어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에 의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법적 선처를 위해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필요해 A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
피해자 2명 중 1명은 A씨 어머니의 사정을 알고난 뒤 "얼마나 힘드시냐"며 약간의 위로금만 받고 합의했다.
하지만 85만원의 손해를 본 다른 피해자는 경찰 조사 때문에 영업을 못 하는 손실이 발생했다며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A씨는 결국 이 피해자에게는 230만원을 주고 합의를 했다.
A씨는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이 많은데 이런 사건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에서 이를 알리고 싶다"며 "치매 어르신은 수사 기관 조사를 받을 때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