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암컷 중 일부는 수컷인 척 화려하게 위장해 수컷들로부터 받는 괴롭힘이나 공격을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벌새는 암컷의 5마리 중 1마리 꼴로 수컷같은 화려한 깃털을 지니고 있는데, 이 모습이 부리로 쪼거나 몸을 부딪히는 등 수컷의 공격적 행동으로부터 안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생물학자 제이 포크 박사의 연구팀은 파나마 지역에 사는 벌새종인 흰목자코뱅(Florisuga mellivora)을 관찰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저널 발행사 '셀프레스'에 따르면 연구팀은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청년기의 흰목자코뱅이 수컷과 비슷한 화려한 색의 깃털을 가진 것을 의아하게 여겨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조류는 대개 수컷의 구애가 잘 이뤄지도록 암컷보다 수컷에게 더 밝고 화려한 색의 깃털이 나는데, 암수가 분명해져 짝짓기가 가능한 성체가 되기 전까지는 청년기 수컷과 성체 암컷의 외모가 비슷하다.
흰목자코뱅도 다른 조류처럼 수컷은 화려한 색, 암컷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색을 보이지만 수컷에 가까운 화려한 깃털을 암컷도 갖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코넬조류학연구소'에서 이번 연구를 담당한 포크 박사는 "청년기에 있는 조류가 수컷과 같은 깃털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며, "무언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흰목자코뱅이 성체가 된 후에도 암컷 중 20%정도가 수컷처럼 화려한 깃털 색을 유지한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이런 현상은 유전적일수도, 환경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암컷 흰목자코뱅이 공격을 피하려는 의도로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흰목자코뱅 암컷의 특이 현상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먹이통 주변에 박제된 벌새를 진열하고 날아다니는 벌새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칙칙한 색을 가진 암컷 벌새 박제가 주로 수컷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흰목자코뱅 암컷이 수컷처럼 화려한 깃털로 치장한 이유가 사회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줬다.
포크 박사는 "벌새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동물이지만 우리가 아직 모르거나 연구되지 않은 미스터리가 남아있었다"면서 흰목자코뱅 암컷에 관한 이번 연구 결과가 다른 종의 암수 차이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이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