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우지 않고 부부만의 일상을 즐기겠다는 '딩크족'이 한 때 유행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부부들 중 자발적 비임신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우리 주변엔 난임이라는 말 못할 고민으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부부가 많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큰 스트레스다.
난임의 원인은 주로 남성 40%, 여성 40%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인불명의 난임도 10~15%를 차지한다. 남성의 경우 건강한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여성의 경우 30대 중후반이 되면서 난자의 기능 저하 또는 호르몬 불균형 등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이는 병원 진료를 거치면 금방 알 수 있고 대부분 치료도 가능하다. 특히 여자 쪽 호르몬 이상은 1년 반 정도의 병원 치료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통상적인 이야기에 속하지 않는,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실제 난임 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원인불명의 난임 비율이 44.9%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만 봐도 20대 젊은 부부가 오래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고, 노산이라고 일컫는 나이에 금방 자연임신이 된 경우도 있다.
난임부부의 스트레스는 여기서 시작된다. '내 주변은 잘만 하던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쉽게 임신이 되던데'라는 생각에 자꾸만 자신이 난임임을 인정하기 싫어진다. 병원에서는 부부 둘 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왜 나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시험관시술과 같은 적극적 해결법은 나중 일이 된다.
원인불명의 난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책 '나는 난임이다(저자 윤금정)'에서 실제로 긴 난임의 시간과 치료 과정을 거친 저자의 경험담, 그리고 난임 부부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조언의 일부를 참고했다.
① 원인불명 난임에는 "환경"을 고려할 것
환경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특히 원인불명 난임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점점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데에는 우리가 살아 온 환경 속 유해물질, 특히 '환경호르몬'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예상치 못한 난임에 처한 부부들에게 조심스럽게 '환경호르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 세제 등 화학 제품은 정말 안전할까? 당장에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예상 못한 변수로 인해 맑은 공기를 마시기 어려워졌고, 화장품, 비누 등 수많은 화학제품, 그리고 합성섬유, GMO 조작을 했을지도 모를 밀가루 등에 여과없이 노출돼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최근에는 생리대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건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나마 생리대 사건은 우리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살아간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그 밖의 수많은 물건과 상황에 대해서 우린 정확히 아직 알지 못한다. 세제, 비누 등 생활화학제품 분야에서 친환경을 소재로 한 조금의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② 난임을 인정할 것
자신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생리주기도 규칙적이었고, 30대 중후반의 나이었지만 건강했고 운동도 좋아했으며,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임신을 결심한 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던 케이스다. 우리는 마치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 습관과 비만 등 개인의 노력이 달린 문제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것이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아기를 원하는 마음, 아기를 위한 준비, 건강한 신체 조건.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도 아기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고, 저자는 그 점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냈다. 만약 난임의 기준, 즉 1년 동안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을 경우 난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저자는 난임 치료를 받을 좋은 기회와 시간을 놓친 것이 아닐까 후회했다고 고백한다.
③ 적극적인 태도
난임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해도 될까', '일을 꼭 그만둬야 할까' 등 여성이 현실적으로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이 늘어난다. 저자는 이런 고민의 순간에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또 그에 대해 후회는 없는지 등을 진솔하게 말한다. 사실 이런 고민은 정답이 없다. 자신을 가장 날 아는 사람인 '나'조차도 어떤 결정을 내려야 앞으로 후회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교류의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상황에 놓였던 엄마들, 부부들, 예비 엄마들의 조언과 경험담을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 등 커뮤니티 혹은 책이어도 좋다. 혼자 고민와 의문에 빠져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교류하자. 기초체온을 꼭 재야하는지,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등의 개인적 의견과 경험,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임은 희망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아기가 생기기 전까지의 노력과 인내의 과정이 부부를 더욱 책임감 있는 예비 엄마 아빠로 성장시킨다. 아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부지런한 노력이 분명 임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1-08-10 14:59:07
수정 2021-08-10 14:5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