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창문으로 뛰어내려 다치자 '준강간치상' 혐의로 법정에 선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성폭행과 추락 사고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준강간 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초 전북의 한 술집 건물 3층에서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성폭행을 당한 B씨는 3층 화장실 창문을 넘다가 7.5m 아래로 떨어져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당시 B씨가 A씨의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3층 창문에서 떨어진 것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성폭행과 피해자의 상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해당 위험(성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을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성폭행한 것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3층에서 떨어져 다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없었다”며 적용된 준강간치상 혐의 중 ‘치상’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초기부터 "피해자의 추락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 핵심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점 , 피해자가 최면수사에서 준강간 범행과 관계없이 창문을 출입문으로 착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준강간으로 인해 치상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다만 추행 정도가 중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