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먹는 낙태약'처럼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해 낙태하는 방법이 합법화된다. 또한 의사는 개인 신념에 따라 낙태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처로, 향후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낙태 시술방법이 '수술'로만 규정돼 있으며,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은 국내에서 처방과 유통이 금지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약물 투여 등 선택권을 넓히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을 사용한 인공임신중절도 허용키로 했다.
의사의 설명 의무와 시술 동의 등 인공임신중절 관련 세부 절차도 담겼다.
의사는 의학적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고 반복된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에게 정신적·신체적 합병증을 비롯해 피임 방법, 계획 임신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임신한 여성 본인의 결정에 따라 낙태한다는 내용도 서면으로 동의 받아야 한다. 임신한 여성이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거나 만 19세 미만일 경우 임신한 여성과 그 법정대리인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 시술할 수 있다.
만 19세 미만이면서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에게 폭행 등 학대를 받아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이를 입증할 공적 자료와 종합 상담 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면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만 16세 이상∼만 19세 미만 여성이 법정대리인에게 동의받는 것을 거부하고 상담 기관의 상담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거나 만 18세 이상∼만 19세 미만이 혼인한 경우에는 본인에게 서면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응급환자는 예외로 하고 시술 요청을 거부해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안내해야 한다.
이 밖에 임신, 출산 관련 상담 체계를 마련했다. 보건소에는 종합상담 기관을 두고 임신 유지와 관련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도록 하고, 원치 않는 임신 등 위기 상황에는 긴급 전화나 온라인 상담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관련 논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내에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email protected]